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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신간] 사흘만 볼 수 있다면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12.05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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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나는 샤일록과 사탄을 동시에 만난 게 분명하다. 이들이 내 안에 오래도록 혼재했다. 기억하건대 나는 이들 모두가 가여웠다. 막연히 나는 그들 스스로가 아무리 원해도 결코 선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들을 도울 자도, 그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줄 자도 없었다. 그들을 비난할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샤일록이나 유다뿐만 아니라 악마까지도 지금은 ‘선’이라는 커다란 바퀴의 부러진 살에 지나지 않지만 그들의 때가 오면 온전해지리라 생각한다.” (p207)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매일 아침 뜨는 해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약속한다. 그러면 보지 못하는 사람들, 시각장애인은 새로운 약속을 발견하지 못하는 걸까? 그들 또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기대로 가득 차 새벽을 반긴다. 바로 헬렌 켈러처럼 말이다.
 

 

그녀는 1880년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출생했다. 19개월 만에 열병을 앓았고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게 되었다. 보지도 듣지도 말도 하지 못했다. 상상해보라. 과연 이러한 절망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그녀는 이겨냈다. 이후 전 세계 장애인들을 위한 사업에 평생을 헌신했고, 어린이들이 읽는 위인전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말도 할 수 없었던 헬렌 켈러는 섬세한 교육을 통해서 세상을 깨달아갔다.

“처음으로 ‘사랑’이란 낱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던 아침이 생각난다. 낱말을 많이 알기 전이었다. 어느 날 다소 일찍 피어난 바이올렛 몇 송이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따다가 선생님에게 드렸다. 선생님은 내게 입을 맞추려 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어머니 외에 누구와도 입을 맞추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선생님은 한쪽 팔로 나를 포근히 감싸 안고 내 손에 ‘나는 헬렌을 사랑해’라고 섰다. 나는 물었다. ‘사랑이 뭐예요?’ 선생님은 나를 더욱 바싹 껴안으며 내 심장을 가리키더니 ‘그건 여기 있단다’하고 말했다.” (p61)

이 책은 헬렌 켈러의 자서전이다. 그녀가 대학 2학년 때 쓰기 시작한 글이다. 그간 그녀의 자서전에 대한 책이 국내에 소개가 되긴 했으나 발췌 압축한 것에 지나지 않고, 일반인 대상으로 나온 책 또한 완역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때문에 그녀의 찬란한 감수성을 표현하기에는 상당히 모자랐다. 그녀의 문장은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시력과 청력을 잃었기에 더더욱 풍부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게 된 헬렌 켈러는 사람, 동물, 사물, 풍경, 사건,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꼼꼼하고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세밀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문장을 읽다 보면 사라진 감각 대신 촉각과 후각과 상상력과 영감을 총동원하여 세상을 알아갔던 그녀의 성장 과정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아울러 함께 수록된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은 50대에 이르러 3일간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쓴 에세이다. 

볼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그러나 그 축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망설이지 말자. 헬런이 그랬듯 지금 당장 사랑해야 할 것을 사랑하고,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자. 인생은 길기도 하며 짧기도 하기 때문이다. 

헬렌 켈러 지음 / 사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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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석 기자

문화 분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