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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
[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01.23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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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건강불평등이나 소득불평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논거로 논리를 전개한다. 

그것은 현재의 불평등은 다름 아닌 개인의 능력 차이에서 생겨난 결과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미국 등 나라에서는 이런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주장의 핵심은 개인별로 능력이 다르고 그에 따라 사회적 성취가 다르다는 점이 전제돼 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교육과 직업의 모든 영역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부모로부터 유전을 통해 뛰어난 지능과 자기통제력을 비롯한 여러 자질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이러한 주장이 잘못됐다고 피력한다. 위스콘신대학의 제임스 핸슨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영유아 77명의 뇌를 시간 간격을 두고 자기공명사진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촬영했고, 연구 대상자의 가구소득을 낮음, 중간, 높은 3단계에 놓고 분석을 했다. 

 

그 결과 태어났을 때는 차이가 거의 없던 대뇌 회백질의 면전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명확해졌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대뇌 회백질의 크기가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뇌에서 변연계라고 불리는 기관은 대뇌 피질에 둘러싸여 있는 중심부인데, 변연계는 본능, 정서의 영역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그 중 언어적, 의식적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라는 기관이 있는데, 학습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이 해마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고용불안, 왕따, 성희롱 같은 사회적 폭력에 노출될 대 증가하는데, 가난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은 물론, 집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이 해마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뇌는 가난으로 인해 자신의 잠재적인 역량 자체를 발휘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가난의 문제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다.

“인간의 몸은 다양한 관점이 각축하는 전장”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지식의 전쟁터가 된 우리 몸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몸을 둘러싼 지식의 생산 과정에 대해 말하면서,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그러한 사회역학의 연구방법으로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드러냈다면, 이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해 몸과 질병의 사회사를 이야기한다.

과학과 역사의 사례, 현대의 여러 연구를 망라하며, 사회역학자의 글답게 데이터를 근거 삼아 이야기한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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