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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T-기획] 한양대 기숙사 갈등 ‘종지부’ 찍나... 성동구 ‘성동한양 상생학사’
[한강T-기획] 한양대 기숙사 갈등 ‘종지부’ 찍나... 성동구 ‘성동한양 상생학사’
  • 윤종철 기자
  • 승인 2019.03.08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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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봉이냐” VS “생존권이 걸린 문제” 갈등 심화
학생들 ‘반값월세’, 주민들 ‘생존권’ 보장 ‘윈윈’
전국 대학가 ‘기숙사 대란’ 해결 모델 ‘관심’

[한강타임즈 윤종철 기자] 매년 새 학기가 되면 대학가 주변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소위 ‘기숙사 대란’으로까지 불릴 만큼 기숙사에 입성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다.

2017년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소재 대학교 기숙사 수용률 평균은 16.1%다. 연세대학교 본교가 35.4%로 평균보다 높은 수용률을 갖고 있지만 그마저도 10명 중 3명만이 기숙사에 입성한다.

성균관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경희대학교, 건국대학교 등도 평균 수용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10명 중 2명도 가까스로 수용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중앙대학교, 홍익대학교 등 그 나머지 학교들은 평균치에도 못 미친다.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숙사 보다 2배 이상 비싼 학교 주변 원룸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에 각 학교들은 기숙사 신축에 나서고 있지만 임대 수입 감소로 생존권에 위기를 느낀 생계형 임대 사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실제로 고려대는 4년 넘게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으며 총신대는 신축 허가를 받기는 했지만 주민들 반대로 사업이 멈춘 상태다. 동덕여대는 아예 사업을 접었다.

한양대의 경우에도 지난 2017년 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기숙사 신축(제7생활관) 계획안이 통과되면서 이같은 갈등에 불이 붙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라 보인다. 학생들에게는 기숙사 수준보다 낮은 ‘반값 월세’와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이 보장된 획기적인 정책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청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입주를 앞두고 성동한양학사 1호점에서 한양대 학생이 방을 살펴보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 성동한양학사 1호점에서 한양대 학생이 방을 살펴보고 있다.

학생-주민 갈등 ‘일촉즉발’

지난 한해 한양대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갈등은 생각보다 컸다. 주민들은 ‘기숙사 건립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려 격렬한 반대 운동을 벌였다.

1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두 기숙사로 흡수되면 임대업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한양대 주변에는 대부분 70~80대 어르신들이 월세 수입으로 먹고 산다”며 “기숙사가 건립되면 원룸 수요가 줄어들까봐 발만 동동 구른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숙사가 신축되면 월세가 떨어진다”, “수요가 없어 공실이 늘어난다” 등의 풍문들도 급격히 퍼져나갔다.

이에 급기야 대책위는 행당동, 마장동, 사근동 지역 주민들에게 호소문도 배부하기도 했다. 골자는 이렇다. 한양대는 정부돈(사학연금자금)을 받아 기숙사를 건축해 학생들을 볼모로 1년 2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성동구청은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며 주민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한양대 기숙사 건립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다.

원룸 등 임대 사업자들의 반발이 커지면 커질수록 월세를 감당하기 버거운 학생들 측에서도 반발의 목소리도 커졌다.

기숙사 생활비가 월 24~27만원 수준인데 반해 학교 인근 사근동, 마장동, 행당동 일대 보증금과 월세는 1000만원에 50만원, 500만원에 70만원 등으로 2~3배를 뛰어넘는다.

학생들은 “공식 수입이 없는 학생이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원을 웃도는 월세를 감당하기란 무리”라며 “하루 빨리 기숙사를 건립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숙사를 반대하는 것은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벌겠다는 어른들의 이기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학생은 봉이 아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결국 거리로 나서 기숙사 건립 촉구 집회를 열고 서울시청 앞에서 밤샘 농성까지 벌이기도 했다.

생존권을 내걸고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과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밤샘 농성도 불사하는 학생들. 관할 구청인 성동구청의 입장에서는 뱉을 수도 그렇다고 삼킬 수도 없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한양대 학생들이 조속한 기숙사 건립을 허가하라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양대 학생들이 조속한 기숙사 건립을 허가하라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제 주거비 걱정 없이 공부해요”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성동구는 지난 2일 주민들의 생존권도 보장하고 대학생들도 월세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을 내고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성동한양 상생학사’라는 이름의 이 정책은 양 측의 요구 사항을 모두 충족하며 갈등을 해소할 것으로 보이다.

특히 적어도 2년 이상 걸리는 기숙사 신축 기간의 공백 없이 즉시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요 내용은 성동구와 집주인 간 상생협약 체결로 보증금을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대신 월세를 40만원으로 낮추는 것이다.  

보증금 인상 부분도 LH공사에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학생에게 2900만원을 연 1%로 대출해주고, 대출이자도 성동구와 한양대에서 절반씩 부담하게 된다.

결국 학생이 부담하는 보증금은 100만원으로 대폭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특히 월세 40만원에 대해서도 성동구와 한양대학교가 7만5000원씩 15만원을 지원하게 되면서 학생이 부담하는 월세는 25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를 위해 구는 한양대 재학생과 원룸 임대업 종사 주민들을 만나 설득하고 상생 협력을 이끌어 냈다.

이에 올해 시범사업으로 구는 총 50호(상반기21호, 하반기29호)를 공급 예정으로 시범사업 운영경과에 따라 공급호수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지금은 2~4학년 학부재학생으로 한정돼 있지만 향후 정식사업으로 시행되면 신혼부부와 청년으로도 입주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기숙사 신축으로 공실을 불안해하는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주거 선택권을 넓혀 줌으로써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에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수 있도록 해 주민들과 청년들이 갈등을 접고 상생으로 나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성동구청이 내놓은 '성동한양 상생학사'가 수년간 지속되온 기숙사 갈등을 해결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성동구청이 내놓은 '성동한양 상생학사'가 수년간 지속돼온 기숙사 갈등을 해결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생존권은 물론 집수리까지 지원 받았어요”

구의 이같은 ‘성동한양 상생학사’는 그간 기숙사 건립에 반대하던 주민들로부터도 환영받고 있다.

공실률 걱정이 없어 이전보다 생존권 보장이 강화됐음은 물론 노후한 건물에 대한 집수리까지 덤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구는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안전을 위해서도 해당 원룸에 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비 시설을 설치했다. 또한 소방서와 협약을 통해 건물 안전 진단과 화재안전 특별조사도 실시하게 된다.

보안을 위해서도 주변에 CCTV, 비상벨 등을 설치할 계획으로 최근 증가하는 성범죄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집주인 임○○씨는 “한양대 기숙사 건립으로 공실이 늘어날 걱정에 항상 마음을 졸였는데 성동구청 제안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되어 공실 부담은 덜면서 집수리비까지 지원받게 됐다”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이 아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방안이라는 점에서 만족스럽고 높은 취업장벽과 아르바이트로 지친 청년들을 돕는데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하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학생들이 주거비 부담 없이 주거를 선택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생존권도 보장할 수 있다”며 “또한 한양대도 기존 계획대로 기숙사를 신축하고 구청도 주민 간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일석 다조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같은 정책은 전국 대학가 ‘기숙사 대란’을 마감하고 주변 임대사업자와 학생, 학교, 관할 구청 간 상생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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