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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 
[신간] 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04.15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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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자살이 미수로 끝난 뒤에는 내게 화를 내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물론 그럴 만한 일을 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죽음으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괴로운 생각을 했다는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자살이 슬픈 건 죽은 후에도 비난 받기 때문이다. 죽지 못했던 나는 더욱 견딜 수 없었다.” (p93)

이 책의 저자인 고바야시 에리코는 빈곤한 삶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수시로 하는 여성이다. 가방끈도 짧은데다가 사회 경험도 없어 악덕 기업에서 에로만화 편집자로 일을 했던 것이 그녀가 가진 경험의 전부였다. 월급은 고작 12만엔. 사회보험도 휴일도 야근수당도 없는, 일본에서도 이런 처우가 가능한가라는 물음표를 달게 하는 그런 여성의 이야기이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후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 삶의 저편을 택한 그녀는 그러나 결국 죽지 못한다. 수차례의 극단적 선택 끝에 그녀가 얻은 교훈은 그래도 살아가는 게 낫다는 점이다.

 

그녀는 우울증이 있다. 스스로 자신의 정신적 장애인이라고 칭하는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무엇일까? 나는 장애인이고 사토 씨는 장애인이 아니다. 마음의 병이나 장애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내가 장애가 있다고 여기는 이유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누구나 삶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것이 생활에 지장을 주게 됐을 때, 예를 들어 일할 수 없다든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든가 밖에 나가지 않는다든가 하는 상황이 되면 장애가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p126)

그녀의 이야기로 들어보면 삶의 지탱하는 끈이 헐거워질수록 사람은 누구나 다 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스스로를 비장애인으로 인정한다 할지라도.

이 책은 마음의 장애를 달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된다.

우울증에 관한 책은 많아도 우울증을 딛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는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한 여성이 평범한 삶을 되찾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투명하게 그리고 있다. 몇 번이고 절망하면서도 한 걸음씩 나아가며 바라던 것들을 쟁취하는 여정 속에는 슬픔, 기쁨, 추함, 아름다움이 함께 대비된다. 세상을 등지고 눈을 감았던 그녀에게 무슨 고민과 아픔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극복했는지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지켜볼 수 있다.

고바야시 에리코 지음 / 페이퍼타이거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