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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신체 설계자
[신간] 신체 설계자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04.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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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기억술’이나 ‘기억력’에 대한 서적을 들춰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헤르만 에빙하우스이다. 망각 곡선이라고 하는 이론을 만든 사람이다.

에빙하우스는 자기 기억력의 한계를 정밀하게 수치화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측정했다. 그러려면 극단적 조치를 해야 했는데, 훗날 이 끈질김에 학자들은 박수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에빙하우스는 이전의 연관 관계 때문에 실험 결과가 모호해지지 않도록 ‘무의미한’ 단어라고 지칭한 모음과 자음의 새로운 조합을 2300개 만들었다. 각 단어를 쪽지에 하나씩 적은 다음 무작위로 뽑았다. 각각 7~36개로 이뤄진 무의미한 단어들의 목록을 여럿 만들고 암기를 시작했다.

사실 에빙하우스의 연구의 초점은 ‘반복’에 있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반복이기 때문이다. 그는 결론이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매번 엄격한 절차를 고수했는데 정확히 1분에 150개의 속도로 목록에 있는 단어를 줄줄 외우고, 암송할 수 있을 때까지 거듭 읽었다. 그렇게 외우는 시간 사이의 쉬는 시간도 쟀는데 매일 똑같이 이걸 반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기억이 얼마나 정확성을 갖는지,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반복을 해야 하는지 연구했는데 그 결과가 ‘망각 곡선’이다.

 

에빙하우스의 연구가 가치가 있는 것은 무의미한 음절의 목록이 길어질수록 암기에 필요한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는 점이다. 6~7개의 항목으로 이뤄진 목록은 대개 1번만 보고도 외워졌지만, 목록이 길어지면 더 많은 반복이 필요했다. 에빙하우스는 또한 목록의 중간에 있는 단어보다 목록의 처음이나 끝에 있는 단어가 더 잘 외워진다는 것도 증명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발견은 자료를 암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단 번에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보다 긴 기간에 걸쳐 짧고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에빙하우스의 노력은 인간의 신체와 지적능력에 대한 본원적 탐구였다. 생체공학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겠다.

에빙하우스 이전에도 여러 세기 동안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우리의 의식적 기억과 일화적 기억, 장기 기억의 연상적 성격에 대해 숙고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장소 기억법’과 같은 공감각적 기술을 통해서 기억력을 향상시켜왔다. 하지만 미래에는 그런 기억술을 굳이 익힐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기억력을 극도로 향상시키고는 약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기억력 약이 개발된다면 그 수요는 폭발적일 것이며, 더 이상 사람들은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에 매달리지 않게 될 것이다. 창의력을 강조하는 시험이 더 많아질 것이므로 즐거운 상상만은 아닐 수도 있다. 어찌됐든 미래에는 이런 일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애덤 피오리는 ‘생체공학’이라고 불리는 분야를 다룬 이 책에서 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절망적인 장애를 딛고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준 사람들을 소개한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동작’ 파트는 인간의 팔다리를 대체할 로봇공학, 신체 증강과 재생의학을 다룬다. 2부 ‘감각’ 파트는 사고나 질병으로 감각기관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듣고 보게 되는 사례를 다룬다. 3부 ‘사고’ 파트는 인간의 뇌가 가진 잠재력을 더욱 끌어올리고자 하는 연구들을 다룬다. 

오늘날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움직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을 회복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살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인간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애덤 피오리 지음 / 미지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