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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T-인터뷰] 한정일 경찰인재개발원 교수 “나의 고객은 언제나 국민”
[한강T-인터뷰] 한정일 경찰인재개발원 교수 “나의 고객은 언제나 국민”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9.05.10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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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일 경찰인재개발원 교수
청각장애인 위한 수어앱 개발 공로 훈장.. 학교 밖 아이들 위한 야학 개설
성범죄 지명수배자 추적수사 달인 “하루하루 경찰로서 보람돼”

[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지난달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선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제5회 공무원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국민을 위한 헌신과 적극적인 업무 수행으로 탁월한 공적을 세운 공무원을 표창하는 뜻 깊은 자리다. 이날 경찰인재개발원 한정일(45) 교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手語)앱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총리로부터 옥조근정훈장을 수여받았다.

4월 26일 제5회 공무원상 시상식에서 경찰인재개발원 한정일(45) 교수가 이낙연 총리로 부터 옥조근정훈장을 수여받는 모습.
4월 26일 제5회 공무원상 시상식에서 경찰인재개발원 한정일(45) 교수가 이낙연 총리로 부터 옥조근정훈장을 수여받는 모습.

“청각장애인들, 경찰서 문턱 넘기까지 수많은 고민”

한 교수는 서울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에 근무할 당시 13세 미만의 아동, 장애인, 사회적 중요 성범죄 사건 수사 및 고위험 지명수배자의 추적을 담당했다. 전국에 수배중인 성범죄 지명수배자의 추적수사 달인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한 교수는 청각장애인들의 신고가 들어오면 그들의 언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신속한 수사와 민원응대에 차질을 빚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실제로 강간, 강제추행을 당한 장애인의 신고접수 시 수어통역사의 현장 참관은 즉각적이지 못하거나, 수어를 언어로서 사용한 청각장애인 일부는 한글을 알지 못해 성범죄자의 장거리 도주, 피해자의 신체에 남은 DNA 증거 수집 실패 등 다수의 수사적 한계점에 부딪히곤 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교수는 “장애인들의 범죄 신고율은 굉장히 낮다. 그 이유는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찰에 대한 낮은 기대감에서 비롯된다”며 “전국 800만 명이 넘는 장애인과 그 중 36만 명에 달하는 청각장애인은 경찰관이 자신들의 수어를 이해할 수 있는지, 사건접수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경찰서 문턱을 넘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경찰의 전문 법률용어 등을 그림파일로 만들고, 앱 형태의 수어를 제작해 경찰서를 찾아온 청각장애인의 신속한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했다”며 “소통이 원활치 않아 현장에서 부딪혔던 문제점을 통해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실천으로 옮기게 됐다”고 앱을 개발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한 교수는 청각장애인이 경찰서를 방문 시 필요할 수 있는 경찰의 법률, 민원용어를 먼저 정리했다. 얼굴 표정, 섬세한 손짓 표현도 넣기 위해 실제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수어 표현도 요청했다. 이렇게 수차례의 전문가 감수과정을 거친 뒤 그림 파일이 완성됐다. 이후 경찰청이 파일을 앱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며 찾아온 중학교 2학년 학생의 노력까지 더해져 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에 탑재될 수 있었다.

한 교수는 경찰 수어앱 제작 이후 장애인 대상 범죄에 대한 빠른 수사와 인권보호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한국장애인인권상위원회가 수여하는 2018년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실천부문에서 수상자로 선정됐다. 또한 대한민국 우수정책사례로 해외 주요 매스컴에 소개, 2018년 평창올림픽 패럴림픽에서 활용되기도 했다.

한 교수는 “개인적인 수사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 정확한 수사와 더 나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을 만들었을 뿐인데 세상은 내게 감사를 표했다”며 “앞으로도 불평을 토로하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이를 놓치지 않고 불만을 개선하기 위해 실행에 옮겨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인재개발원 한정일 교수.
경찰인재개발원 한정일 교수.

“학교 밖 아이들 범죄 노출.. 사회 울타리 복귀 필요성 느껴”

범죄에 취약한 약자들을 위한 한 교수의 노력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한 교수가 서울시 성동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스쿨폴리스로 파견 됐을 당시에도 학교 밖 아이들을 사회 울타리 안으로 복귀시키는데 관심을 기울였다.

한 교수는 “스쿨폴리스로 있으면서 1년에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이 수만명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은 사회적 울타리가 없어 범죄에 노출되는 일이 많다. 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난 학교 밖 아이들을 다시 공부시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 교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야학을 만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담당 부서를 찾아가 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받아 ‘꿈을 키우는 희망교실’을 기획·운영했다. 그 결과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희망교실을 통해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하는 등 현재는 건실한 사회인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한 교수는 “경찰로서 보람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학교폭력, 성폭력, 아동학대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는 세상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 믿는다”며 “열악한 업무 환경에 힘들 때도 있지만, 난 항상 경찰관이었다. 나의 고객이 국민이었음은 언제나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므로, 하루하루가 경찰로서 보람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현재 경찰인개개발원에서 후배 경찰들을 가르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교수는 “경찰관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감히 말하고 싶다. 경찰관은 직업의 종류이기 이전에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의 믿음에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사명감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경찰의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준비돼 있다면 경찰에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 될 후배들을 향한 조언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