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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평환 칼럼]날씨가 추워지니....
[허평환 칼럼]날씨가 추워지니....
  • 허평환
  • 승인 2010.11.03 0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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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진단다. 영하의 날씨가 된단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는 우리 국군장병들의 고생하는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척 아프다. 서울에서 영하 10

도면 최전방 우리 장병들이 밤을 새워 보초서고 매복하고 훈련하는 곳은 영하20도가 넘는다. 한밤중이 되면 체감온도가 영하30도를 넘는다.

사단장시절 연대장시절 부하들의 고생하는 모습에 잠을 못 이루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까싶어 일어나 순찰을 나간다.
밤 한 두시 세상은 모두 잠들고 산천은 고요하며 차디찬 하늘엔 별빛만 유난히 반짝인다. 최전방 철책에서 보초서는 부하. 바닷가에서 해풍을 맞으며 보초서는 부하. 레이다 기지에서 산꼭대기 칼바람을 맞으면서 보초서는 부하. 주둔지 초소에서 보초서는 부하 등등...이런 부하들에게 다가가 춥지 않느냐 힘들지 않느냐 고 물으면 한결같이 괜찮습니다. 춥지 않습니다. 힘들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왜 춥지 않겠는가 왜 힘들지 않겠는가 묻는 내가 바보이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충직한 부하들은 지휘관의 마음을 헤아려 춥지 않다고 힘들지 않다고 대답한다. 주머니에 넣어간 눈깔사탕 서너 개를 건네주면서 그래 고맙다. 수고한다. 네가 진정한 애국자다. 네 덕분에 우리국민들이 이 시간에 편히 잠을 잔다. 수고해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위로의 말을 다 해주고 초소를 나선다. 그리고는 또 다른 곳으로 순찰을 다닌다.
또 다른 부하들이 밤을 새워 야간 행군을 한다. 하얀 입김을 내뿜으면서 묵묵히 행군을 하고 있다. 딸가닥 딸가닥 총과 수통이 부딛치는 작은 소리와 군화발자국 소리만이 고요한 적막을 깨뜨릴 뿐 아무말 없이 길을 걷고 있다. 지프에서 내려 부하들과 함께 길을 걷는다. 조용히 다가가 어깨를 어루만지면서 춥지 않느냐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춥지 않다고 힘들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러던 부하들이 10분간 휴식소리만 떨어지면 가던 길을 멈추고 차가운 길바닥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벌써 열다섯 시간 넘게 계속된 행군에 지칠 대로 지친 부하들은 이내 코를 드렁드렁 골면서 잠이 든다. 그럼에도 그들은 춥다고 힘들다고 하지 않는다.
소대장과 중대장들은 쉬지도 못하고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요령을 모르는 갓 전입온 이등병들이 혹시라도 발에 동상이 걸릴까봐 군화를 벗기고 손으로 발을 잡아 본다. 동상에 걸리면 잡아도 아픈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양말을 벗기고 갈아 신긴다. 그래야 동상에 걸리지 않고 발에 물집이 덜 생기기 때문이다. 행군 대열을 떠나 매복지로 순찰 간다. 그곳에는 가장 많은 추위로 고통스런 밤을 보내면서 이 땅을 지키는 부하들이 있다. 보초서는 부하들은 초소 안에서 근무 서므로 바람은 막고 있다. 행군하는 부하들은 아무리 추워도 걷다보면 추위는 덜 느낀다.
매복지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초소도 없고 일어나 움직일 수도 없으니 추워 미칠 지경이다. 스무 가지가 넘는 많은 특수 방한피복을 입고 신었지만 밤 한두 시가 넘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저 눈을 감고 잠들고 싶을 뿐이다.
그들에겐 무슨 위로의 말도 해 줄수 없다. 언제 전역하느냐 그래 조금만 더 참아라 그러면 너도 국방의 임무를 끝내고 사회에 나가 네 마음껏 살 수 있게 되지 않겠니 수고해라...아침 여섯시 밤새 비무장지대 내 우리구역에서 밤을 지새워 매복서고 나온 부하들에게 간다. 사람도 꽁꽁 얼고 총도 꽁꽁 얼어붙어 나온다. 총기 안전검사를 해야 하는데 부하들의 손이 얼어붙어 노리쇄 후퇴전진을 잘 못시킨다. 입에선 연신 새하얀 입김을 푹푹 내뿜는다. 부하들이 내뿜는 입김은 이내 털두근 끝자락에서 고드름이 되어 버린다. 한명 한명을 껴안아 주면서 등을 두드려주면서 수고했다. 너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다. 너 때문에 대한민국이 있고 우리 모두가 편히 산다고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해 준다. 그러면 부하들은 한결같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을 다 했을 뿐입니다. 고 말한다. 부하들의 그런 말을 듣고 있으면 내 가슴엔 어느새 뜨거운 피가 흐른다.

대대장 시절에는 4주간 야지에서 땅을 파고 들어가 동계 혹한기 훈련을 했다.
불도 피우지 않고 영하 십도가 넘는 추위 속에서 밤에 잠자고 낮엔 훈련했다. 세탁한 옷을 말릴 데가 없고 눈밭에서 훈련 하느라 젖은 군화를 말릴 길이 없다. 그래서 중대별로 조그마한 비닐하우스 한 동씩을 짓고 그곳에서 말렸다. 4주간 목욕은 고사하고 세수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 속에서 추위에 떨면서 보초서고 훈련했다.

중대장 시절에는 한강하구와 군자 소래포구를 지켰다. 추운 겨울이 오면 한강물이 꽁꽁 얼어붙고 해변의 서해 바다 물도 허옇게 얼어붙는다. 그 추위 속에서 나와 나의 부하들은 밤을 지세며 보초서고 매복서면서 이 땅을 지키는 일을 했다.

소대장 시절에는 더욱 어려웠다. 김포반도와 강화도를 가르는 한강하구 염화 수로를 지켰다. 몽고군이 고려전체를 점령하고도 이곳 염화수로를 건너지 못해서60년 항쟁을 할 수 있었던 역사의 현장이다. 겨울 난방 기름이 하루에 달랑 40리터 병사들 내무반 난방용으로 20리터 소대장실 난방용으로 20리터다. 난로 캬브레타는 고장이 나버려 쓸 수가 없다.
링거 주사바늘을 구해다가 연료호스에 연결시켜 기름을 아껴도 여덟 시간을 지탱하지 못한다. 내무반은 블록으로 지어진 오래된 낡은 건물이다. 이곳저곳에 구멍이 숭숭 뚤려 있다. 한낮 몇 시간을 제외하면 난로를 켜지 않으면 추워 견딜 수가 없었다. 할 수없이 소대장용 기름을 소대원들에게 주고 나는 물을 끓여 탄통과 주전자에 넣어 그것을 끌어안고 잠을 잤다. 1월 한겨울이 되자 너무나 추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밤새 순찰을 돌고 부하들 내무반에서 쪼그리고 앉아 졸기도하면서 추위를 이기려 애를 썼다. 날씨가 추워지면 예편한지 2년이 지났건만 이 시간에도 전후방 각 지역에서 보초서고 매복서고 행군하고 훈련하면서 그 지독한 추위와 싸우면서 나라 지키는 국군장병들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현역시절에는 함께하면서 고통을 나누었는데 이제는 그 고통을 나누지 못하니 아픔이 더 커지는 것 같다.
통일이 되면 우리의 아들들이 이런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는데...하루속히 통일이 되어야하는데...군 생활내내 그리고 예편을 해서도 내가 빠른 통일을 부르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날씨가 추워지니 그 생각이 더욱 절박해진다.


현, 남북평화통일연합 회장
예비역 육군중장 전 국군기무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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