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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희망 버리기 기술 
[신간] 희망 버리기 기술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10.24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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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더 큰 행복을 바라지 말라. 괴로움을 줄어들기를 바라지 말라. 자신의 결함을 제거하기를 바라지 말라. 이것을 희망하라. 자유와 함께 오는 괴로움을 바라라. 행복에서 오는 고통을 바라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판도라의 상자 신화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이다. 가장 흔한 해석은 신이 우리를 세상의 모든 악으로 벌했지만, 그 악에 대한 유일한 해독제인 희망도 함께 줬다는 것이다. 언제나 모든 것이 엉망이지만 희망을 바라보고 간다면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볼 수도 있다.

희망이 악에 대한 해독제가 아니라는 전제이다. 이는 희망이 그저 또 다른 형태의 악이라는 메시지로 향한다.

 

실제로 희망의 패러독스는 인류 역사에서 다양하게 펼쳐졌다. 공산주의 혁명과 나치의 집단 학살에도 ‘희망’이라는 그럴듯한 수사가 기치를 펄럭였다. 히틀러는 진화적으로 우월한 인류를 만든다는 희망을 앞세워 유대인을 몰살시켰으며 소련은 공산주의 아래 진정한 평등과 세계 평화가 이뤄진다는 혁명을 선동하기 위해 희망을 팔았다. 그리고 더 깊숙이는 자본주의 사회가 저지른 잔혹 행위의 대부분이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경제적 자유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그 희망 말이다.

희망은 양날의 검이다. 다만 우리는 희망을 없앨 수는 없다. 우리는 뭔가를 고대해야 하고, 스스로 그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하며, 그것을 함께 달성할 공동체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 조건이며, 만일 이러한 희망조차 없다면 인간을 삶의 의지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거나, 허무주의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의 저자가 진단하는 문제는 희망과 고통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즉 희망을 유지해주는 것이 갈등이라는 것이다.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희망의 원천이 바로 분열과 증오의 원천이다. 우리 삶에 가장 큰 기쁨을 가져다주는 희망이 바로 가장 큰 위험을 야기하는 희망이다. 사람들을 더욱 가깝게 해 주는 희망이 바로 사람들을 갈라놓는 희망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희망은 파괴적이다. 희망은 현재 상태를 거부하는 것에 의존한다. 왜냐하면 희망은 뭔가가 망가지는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희망은 우리가 자신의 일부나 세계의 일부를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희망은 우리가 반대되는 존재가 되기를 요구한다.” (P180)

그렇다면 어쩌라는 것인가? 고통을 안겨주는 희망을 버리라는 것인가? 

저자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희망은 궁극적으로 공허한 것이며, 그 자체로 결함과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즉 희망을 피안의 세계로 인식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대신 괴로움을 인정하고, 자신의 결함이 아예 없어지기를 바라지 말고, 매 순간에 존재하는 무한한 기회와 억압을 정면으로 응시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행복과 고통은 이분법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라는 것이다.

“이것을 희망하라. 매 순간에 존재하는 무한한 기회와 억압을 바라라. 자유와 함께 오는 괴로움을 바라라. 행복에서 오는 고통을 바라라. 무지에서 오는 지혜를 바라라. 굴복에서 오는 힘을 바라라. 그럼에도 불가하고 행동하라. 이것이 우리의 도전이자 소명이다.”

책의 결론은 허무주의에 잠식되지 않는다. 행동을 요구한다. 피안의 세계로 피하는 대신 더 나아지려는 행동 말이다.

자기계발서의 패러다임을 바꾼 문제적 작가 마크 맨슨이 <희망 버리기 기술>로 돌아왔다. 그는 수많은 선택지와 기회비용 앞에서 인생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현대인의 문제를 정확히 포착하고 진단한다.

전작에서 무한 긍정의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과 함께 중요한 건 ‘포기하고 내려놓는 법’이라고 말했던, 그가 이번에는 ‘희망 버리기’라는 도발적인 주제로 돌아왔다. 수많은 이들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시대에 지속 가능한 희망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탐구가 담겨있다.

마크 맨슨 지음 / 갤리온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