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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야한 영화의 정치학
[신간] 야한 영화의 정치학
  • 송범석 기자
  • 승인 2020.01.07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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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2002년에 나온 홍상수 감독의 작품 <생활의 발견>은 무색무취의 공기처럼 매일의 일상을 휘감고 있는 생활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담고 영화가 전개된다.

영화 속 주인공은 그렇게 생활을 발견하는데, 주인공 경수의 생활의 발견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생활의 발견이기도 하다. 연극배우 경수는 기다리던 배역에서 퇴짜를 맞고 영화사에서 뜯어낸 100만원을 챙겨 춘천으로 떠난다. 그곳에 사는 선배를 통해 무용학원 강사 명숙을 만나게 된 경수는 셋이 술자리 후 명숙과 잠자리를 갖는데, 사랑한다는 말을 해달라는 명숙을 경수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런데 경수는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옆자리에 앉게 된 선영에게 반하고, 선영은 유부녀지만 집요한 경수의 구애에 넘어가고 둘은 역시 술자리 이후 잠자리를 갖는다. 다음 날 또 다시 선영을 설득해 여관으로 향했지만 경수는 잠자리를 실패하고 집으로 가서 돈을 좀 가지고 나오겠다던 선영은 경수를 밖에 세워놓고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며칠 동안 경수는 두 여자를 만나 두 종류의 관계를 갖는다. 첫 번째 관계는 몸이 원한 관계이고 두 번째 관계는 마음이 원한 관계다. 술김에 자게 된 명숙은 선물이며 배웅이고 몸과 마음을 주었지만 경수에게 외면당했고, 경수가 운명적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선영은 그를 외면했다. 남은 것도 빼앗긴 것도 없이 서로가 나눈 것은 공허한 잠자리였다.

이 책은 여성의 몸과 성의 역사이자, 인간의, 혹은 가부장 중심의 문명(patriarchal civilization)이 영화에서 어떻게 이용됐는지 그 기록이 담겨 있다.

제1장에서는 1910년대의 초기 무성영화부터 1950년대 이전의 고전영화들, 특히 무성영화들이 성적 금기를 시각적, 내러티브적으로 암시하고 재현한 사례를 분석한다.

제2장에서는 1960년대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기수인 마이크 니콜스와 존 슐레진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빛낸 리얼리스트 김수용,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등 영화사의 중추를 차지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사회문화적 언어로서 성을 위치시키고 영화적으로 전달하는지 살펴본다.

제3장은 격변의 혁명기를 거치고 난 이후 제작된 영화들을 통해 각기 다른 문화권 안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던 억압, 혹은 해방이 성을 통해 대조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제4장은 1980년대에 성행했던 미국 슬래셔 영화에서 성, 특히 여성의 성이 그려지는 경향과 한국 에로영화 전성기의 작품들 속 성 재현을 분석함으로써 여성의 성이 대중문화 안에서 본격적으로 소비화 되는 경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제5장에서 다루는 1990년대에서는 좀 더 다각적인 시각에서 조명된 에로티시즘의 영화적 사례들을 든다. 여성감독의 시각에서 여성의 욕망을 다루는 <피아노>를 포함하여 <북회귀선>, <발몽>과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같은 영화들은 금기를 다루었던 고전문학이 현대의 영상작가들을 통해 어떻게 재탄생했는지 보여준다.

김효정 지음 / 카모마일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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