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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국보법 위반인가?
아직도 국보법 위반인가?
  • 안지훈
  • 승인 2011.03.2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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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안지훈
작년 말, 우연한 기회에 조작간첩 피해자들과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조직한 ‘진실의 힘’을 통해 80년대 정 부에 의해 자행된 간첩조작사건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정치인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위)’를 구성하여 조작간첩 진실 규명을 하는데 힘썼다.

진실위의 짧은 활동기간과 법률적 문제 그리고 혹독한 과거 일에 힘들어하는 피해당사자들의 상황 등 때문에 진실위는 비교적 굵직한 수십 개의 사건을 밝혀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조작간첩 피해자들은 아직도 국가를 상대로 한 지단한 싸움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몇 년간 일했다는 이유로, 직업이 어부이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빨지산 경력 때문에, 불온서적을 복사해서 읽었기 때문에 이들은 30일에서 50일이 넘는 기간에 걸쳐 모진 고문을 당하고 수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피해자들의 고백을 들으면 먹먹함 때문에 며칠을 고생해야 한다. 물고문, 전기고문, 통닭구이, 잠 안재우기, 끊임없는 구타 등 단순한 어휘에 불과한 고문의 종류를 열거하는 피해자들의 입술과 눈빛은 당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생생하게 살아났다.

30년 전 대한민국 땅 어딘가에 벌어진 일이 지금도 경찰에 의해서 행해졌다. 경찰청 보안국은 22일 대학생 연합 학술 동아리 ‘자본주의연구회’ 초대 회장 최호현(37)씨 등 3명을 21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 등은 2007년 진행한 ‘대안경제캠프’에서 이적성이 뚜렷한 행동 강력을 채택한 협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 등에게 국보법상 찬양·고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찬양·고문죄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규정돼 있으며,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선동·동조 행위를 하면 성립한다.

2011년, 오늘 최 씨 등이 도대체 어떤 활동을 했기에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보였을까? 답답함이 커지는 대목이다. 군부 독재 시절에는 정권의 정통성이 흔들릴 것이 두려워 간첩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이 정권에서 무엇 때문에 경찰은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가?

간첩으로 낙인을 찍으면 한국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기엔 과거이건 현재이건 어렵다. 아직도 일반 시민들은 간첩의 존재를 믿고 있고, 그 간첩과 조금이라도 엮기면 패가망신한다는 신념을 굳건히 갖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 정부의 조작에 의해 간첩 누명을 쓸 수도 있다는 단순한 진실을 도통 믿으려 하지 않는다.

정부와 경찰, 그리고 무관심한 일반인들 또 다른 조작간첩을 만들어 한 인간과 그 가족들에게 사회적 살인을 가하고 있는 가슴 쓰리고 분한 상황을 막는 길은 우리들의 몫이다. 정확한 역사인식과 타(他)를 고려하는 보편적 인류애, 그리고 행동하는 지성을 지닌 사람들이 무시무시한 사회적 살인에 끊임없이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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