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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들끓는 꿈의 바다
[신간] 들끓는 꿈의 바다
  • 손우현 기자
  • 승인 2023.12.18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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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손우현 기자 =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많은 것들을 상실해간다.

애나, 토미, 터조 세 남매와 그들의 어머니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소설에서 어머니 프랜시는 80대로 늙고 병이 들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삶의 끈을 잡으려고 했던 그녀도 누구나 그렇듯 입원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끝없는 고통에 죽음을 바라게 된다. 그러나 그런 바람과 달리 애나와 터조는 끝까지 엄마의 생을 연명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 토미만이 엄마의 고통을 끊어주고 싶지만 반대로 그럴 수 없다.

 

소설의 서사는 불친절하다. 심리묘사가 심연의 끝자락에 닿아 있는 느낌으로 먹먹하기만 하다. 자녀들이 엄마에게 보답하고 싶지만 동시에 엄마가 빨리 사라져주기를 원하는 모순적인 마음이 책을 관통해 흘러간다.

한편 애나는 갑자기 신체의 일부가 하나씩 사라진다. 손가락이 사라졌는데 주변 사람들은 이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나중에는 무릎도 사라지고, 점점 하나씩 사라져 간다.

소설의 주제는 '사라지는 것과 그것에 대한 집착'이다. 산불로 동식물들이 사라지듯이, 점점 생명이 꺼져가고, 주인공의 몸도 하나둘씩 사라진다. 그리고 그것을 붙잡으려고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무의미하다는 걸 곧 그들도 깨닫는다.

“그들은 어머니를 죽음에서 구했으나, 그것은 그녀가 죽어가는 과정을 무한히 늘린 것에 불과했다.” (p. 323)

이 책은 호주를 초토화시킨 한편 기후위기의 전율적인 징후로 맞닥뜨려진 그 엄청난 재난을 전경으로 두고,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한 가족의 갈등과 고뇌를 진지하게 파고드는 이 작품은, 철저히 파편화된 개인,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계층 분화, SNS로 대변되는 일회적이고 소비적인 문화 흐름 등 현실문제에 직핍하는가 하면 인물들이 겪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환상성을 동반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해 치열하게 성찰적이면서 동시에 놀랍도록 감각적인 서사와 문체가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우리에게 강렬한 울림을 선사한다.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 창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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