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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내 식탁 위의 개
[신간] 내 식탁 위의 개
  • 손우현 기자
  • 승인 2024.01.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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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손우현 기자 = <식탁 위의 개>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식탁 위에 인간의 섭취용으로 개가 올라갔다는 뜻이 아니다.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는 ‘가족’이라는 뜻이다. 

이 소설은 세계 3대 문학상인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소설에는 각종 메타포가 그득하다.

“우리는 낙원에 살지 않는다.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고, 그건 명백히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 진드기들도 나의 자매였다. 자연은 우리에게 감탄만 자아내지 않는다. 우리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도 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외딴곳으로 추방당하듯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노부부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한다. 부부는 서로의 공간을 넘어서는 일 없이 각자의 몫을 살아낸다. 자유롭지만 또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배려의 관계가 묵직한 서사 위에 함께 흘러간다.

이들의 목가적 삶은 충만하게 우리 삶을 치유하는 광선을 뿜어낸다. 창밖으로 새가 보이면 그 새를 향해 노래하고, 고사리가 보이면 고사리를 향해 감사의 흥얼거림을 내뱉는다. 

심지어 먹을거리를 훔쳐가는 들쥐나, 진드기까지도 다 자기 삶의 철학이 있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자연은 홀로 위대하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자연인 이상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그것은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이다. 학대받고 상처받은 개를 통해 더 큰 사랑을 경험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삶을 다시 깨닫게 된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았다. 예스는 내 작은 몸짓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얼굴로 내 발치를 지키고 있었다. 열린 창 너머 밤이 내렸다. 내가 컴퓨터 전원을 켜자 예스는 어둠 속에 혼자 남겨졌다. 마침내 나는 단 하나의 첫 문장을 발견했다. (중략) 예스는 반쯤 감긴 눈으로 나를 살피며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난 너의 곁을 지키는 수호천사야.’ 하지만 나는 인류로부터 무언가를 구원하기 전에는 절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다. 내 개는 그런 나를 나보다 더 믿고 있다.”

강아지 덕분에 부부는 영영 불가능해졌다고 생각한 육체적 능력을 조금씩 되찾고 삶의 경이를 새로이 발견한다. 

생의 황혼녘에 나타난 개 한 마리로 인해 단조롭고 무거웠던 노부부의 일상은 조금씩, 그러나 혁명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제 그들은 늙음과 죽음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창밖 먼 산책로에 나타난 낯선 사람들의 실루엣을 발견하고 두려움에 빠진 예스를 보고, 나는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예스를 떼어 놓고 홀로, 노인에게는 모험이나 다름없는 탐사를 떠나기로 한다.

클로디 윈징게르 저/김미정 역 |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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