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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의 언어로 지은 집
[신간] 시의 언어로 지은 집
  • 손우현 기자
  • 승인 2024.02.0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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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손우현 기자 = 사람이 제대로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는 일은 어떤 감정 수업보다도 중요하다.

김수영의 시를 보며 우리 감정의 흐름을 읽어보자.

(상략)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작 얼마큼 작으냐.....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분

 

화자는 정작 화를 내야 하는 거대한 대상에게는 화를 내지 못하고 약한 자에게만 화를 내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는 화풀이에 가깝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 화자는 자신이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고 한다.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절정에 발을 제대로 딛지도 못한 채 ‘비켜서 있는’ 자신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지 자조하며 시는 끝을 맺는다.

화를 잘 다르시려면 화가 난 지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화풀이로 풀 게 아니라 화난 지점을 건강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화를 내야 하는 대상을 분명히 하고 대상에게 어떤 문제로 화가 났는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시와 함께 자신의 일화를 곁들여 들려주고 있다.

책은 ‘시 에세이 & 교육서’다. 책에서는 아름다운 언어 표현, 시의 언어에 담긴 좋은 말과 바른 행동 표현,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과 타인에 대한 공감 표현 모두가 표현력의 씨앗이라고 정의한다. 저자 허서진은 평범하게 국어 교사로만 살 때는 시가 보이지 않더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수많은 시를 읽고 쓰고 사랑하게 되면서 그 언어에 담긴 아름다운 표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허서진 저 | 그래도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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