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신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신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 손우현 기자
  • 승인 2024.02.06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강타임즈 손우현 기자 = 김춘수 시인이라 하면 보통 <꽃>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존재론적 탐색을 전개하고 있는 이 시는 시인의 대표작이다. 

시인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해방 직후이다. 그러나 그의 시세계가 큰 전환점을 맞은 것은 1950년대 초중반이다. 

“나이 서른을 넘고서야 둑이 끊긴 듯 한꺼번에 관념의 무진 기갈이 휩쓸어왔다”고 표현한 것도 이 즈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시기에 시인은 존재의 본질을 추구하고 언어를 통해 그 본질에 도돌할 수 있는지를 가늠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 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꽃을 위한 서시>

사물로서의 꽃과 언어로서 묘사되는 꽃은 이데아론적인 세계관을 구축한다. 때문에 나는 사물 본연의 모습에 닿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 본질에 가닿고자 하는 열망을 품은 언어로 아무리 사물을 형용한다고 해도 본질로서의 꽃은 손 내밀면 항상 어둠의 영역으로 물러간다.

이처럼 그는 존재, 본질, 무의미, 역사, 폭력, 이데올로기, 유희, 방심상태 등과 관련한 문제들을 시적 고투와 더불어 답파했다.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 하는 물음은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그를 이끌어 갔다. 그의 오랜 시적 여정을 정리한 이 책에서 우리는 언어의 한계를 넘어 존재와 본질을 추구하는 시, 관념뿐 아니라 시적 대상의 형태를 허물고 마침내는 그 대상마저 소멸하는 단계의 무의미시, 역사와 폭력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한 시 등을 만날 수 있다.

김춘수 저/조강석 편 | 교보문고 펴냄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