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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출산경력을 알리지 않은 것이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결혼 전 출산경력을 알리지 않은 것이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 장두식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3.04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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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정향 장두식 변호사
법무법인 정향 장두식 변호사

한강타임즈 = 결혼 전의 출산경력을 알리지 않은 것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이 경우 배우자의 출산경력을 알지 못한 상대방이 배우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루어진 대법원 판례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대법원 2017. 5. 16. 선고 2017므238 판결).

피고는 베트남 소수민족 출신의 여성인데, 어린시절 옆 마을 남성들에 의해 납치당한 다음, 강간당하여 약탈혼에 이르렀고 아이를 출산하였습니다. 이후 아이의 아버지가 사망하고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데려갔으며, 피고는 20세 무렵 국제결혼 중개업자를 통해 원고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피고는 출산경력을 결혼중개업자에게는 알렸으나 원고에게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와 혼인을 한 뒤, 원고의 계부로부터 수 차례 강제추행 및 강간을 당하였고, 결국 집을 나와 원고의 계부를 고소하였고 이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하지만, 형사 공판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의 과거 출산경력이 드러나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혼인 전 출산경력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망으로 주장하면서 사기에 의한 혼인 취소 및 위자료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반소로 이혼 및 위자료를 청구하였습니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피고의 출산경력은 원고의 혼인의사 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피고가 이를 고지하지 않고 원고가 이를 알았더라면 피고와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들면서, 혼인 취소 청구와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과 항소심과 다르게 보았습니다. 피고가 원고에게 출산경력을 알리지 않은 것이 기망행위로 인정되려면, 피고에게 출산사실을 알려야 하는 고지의무가 인정되어야만 하는데, 피고가 비록 어린시절 성폭력 범죄를 당하여 출산을 한 사실은 있지만 이후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었다면 그 출산경력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 출산경력을 알리지 않은 것은 혼인 취소의 원인이 되는 위법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고 이를 다시 원심법원으로 보냈습니다. 이를 법률용어로는 파기환송 하였다고 합니다. 

환송 후 원심은 대법원의 판단을 토대로 증거조사를 새로 실시하였는데, 여기에서 대법원과 관련 형사사건의 사실관계와 다른 사실관계가 인정됩니다. 대법원의 판단과 달리 피고가 성폭력으로 인해 임신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임신 후 실체가 있는 혼인생활을 유지하다가 임신, 출산을 하였으므로 이러한 상대방의 출산경력은 혼인에 의한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라는 점을 이유로 하여 원고의 혼인취소 청구를 인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환송 후 원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재상고를 하였으나, 앞선 대법원의 판단과 달리 재상고심은 피고의 주장이 법률상 상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심리불속행으로 피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결국, 피고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결혼이민 자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베트남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으며, 혼인취소와 위자료 청구를 인정한 환송 후 원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결혼 전의 출산경력을 알리지 않았다고 하여 무조건 혼인취소의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출산을 하게 된 경위와 이후에 혼인생활 유지여부에 따른 사실관계 확정여부에 따라 재판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며, 관련 형사사건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다른 형태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 환송 후 원심에서 사건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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