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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면허취소 구제 행정소송의 면면
음주운전 면허취소 구제 행정소송의 면면
  • 송범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3.13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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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다행정사 송범석 대표
모두다행정사 송범석 대표

한강타임즈 = 행정소송에 ‘소송’이라는 글자를 마주하면 경기(驚氣)를 일으키는 사람이 꽤 많다. 영화 드라마에서 보는 형사소송이나 민사소송을 떠올리기 때문인데, 사실 그건 오해이다. 면허구제 행정소송은 매우 간단하게 진행된다. 워낙 신청하는 사람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일부사건을 제외하고는 ‘선처를 해달라’는 일반적인 프레임 안에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결국 ‘봐줄지 말지’만 고려하면 되므로 판단의 시간이 크게 소요되지 않는다. 

보통은 판사 앞에서 수분 정도 서 있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반적인 변론의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판사의 코멘트만 일방적으로 듣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행정소장을 접수하고 나서 출석일에 판사 앞에서 몇 분 정도 서 있다가 온다는 느낌이다.

한편 운전면허 취소 처분 행정소송은 행정심판을 진행해야만 할 수 있는데 이는 ‘행정심판 필요적 전치주의’ 때문이다. 수많은 운전면허 사건이 법원에 몰리면 판사 업무가 마비가 되기 때문에 먼저 행정심판을 거치게 하는 일종의 진입장벽 같은 거다.

필자는 이를 심리적 진입장벽이라고 본다. 행정심판은 간단하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데다가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출석도 하지 않는다(물론 가끔 몇 명을 출석시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드물다). 그에 비해 소송은 용어 자체도 진입장벽이 있는 데다가, 온라인이 아니라 직접 접수를 해야 하고, 송달료 인지세라는 부대비용이 부가적으로 들어가며 보통 그냥 서있다가 온다고는 하지만 출석은 무조건 1회를 해야 한다.

이러한 심리적 진입장벽에 있다 보니 행정심판에서 구제가 안 된 사람들은 심리적 기제 때문에 소송까지는 가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 행정심판 제도가 과거와 달리 매우 까다로워졌다는 점에서 행정소송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중요성이 크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의신청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8에, 행정심판은 법적 근거는 없지만 내부 사무처리 준칙 비슷하게 ‘구제가 안 되는 사례’라는 지침을 마련해 놓음으로써 스스로 재량의 영역을 한정지었다.

이에 반해 독립기관이 사법부의 판사는 무한 재량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시행규칙과 행정심판 내 지침에 구속되지 않는다. 즉 농도가 0.100%가 넘었던, 사고가 있어서 행정심판에서 구제를 안 시켜주는 사례이던, 2번 적발됐던 관계 없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심판보다는 행정소송이 구제의 폭이 넓다. 

어떤 사람은 행정심판에서 구제가 안 되면 소송에서도 구제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논리적 모순이다. 첫째로 행정심판에서 구제가 안 되어야 소송을 갈 수 있는데, 그럼 대체 행정소송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둘째로 행정소송에서 구제가 된 사례가 나온다는 것은 그 사람들이 행정심판에서 구제가 안 됐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 문제인데, ‘생각’을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인지적 오류이다.

아울러 같은 논리로 행정심판보다 행정소송이 구제율이 떨어진다는 것도 명백한 오류이다. 행정심판에서 구제가 안 된 사람이어야 소송을 갈 수 있다면 당연히 행정소송의 구제 범위가 더 넓다는 것이다. 수학식 집합으로 이야기하면 행정심판의 구제 대상이 행정소송의 구제대상 안에 포함되는 개념이니 행정소송의 구제 범위가 더 크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행정심판에서 애초에 구제가 안 되는 사람은 행정소송을 최종 좌표로 설정하고 준비를 하는 게 맞다.

문제는 행정소송이 아니라 행정심판 제도에 있다고 본다.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되고 원색적으로 이야기해서 때려죽일 사람들은 맞지만 각각의 사건에는 경중이 있다.

살인자라고 해서 다 같은 살인자가 아니다. 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마가 있는가 하면, 수년째 계부의 강간을 참다못해 아버지를 스스로 죽인 딸도 있다. ‘살인’이라는 테마는 같지만 결이 다르다. 음주운전도 어디 억울한 일이 있겠느냐고 비난하겠지만, 사연이 제 각각 있다. 억울한 사례도 제법 있고, 참작할 만한 사례도 분명 있다.

이런 사례들의 면면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농도, 사고, 재범횟수라는 기계적 방법으로 구제가 되고 안 되고를 판단한 뒤 그래도 억울하면 소송가서 해결하라는 게 과연 옳은지 의문이다.

과거처럼 너무 많이 구제를 해줘도 안 되지만 적어도 행정심판위원회가 과거처럼 ‘농도, 사고, 재범횟수만으로 모든 건 판단하지는 않고 재량권을 가지고 모든 요소를 면밀히 살펴서 구제를 해주겠다’고 하는 게 행정심판 본연의 사명에 더 부합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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