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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역사 속 성 문화, 사색 
[신간] 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손우현 기자
  • 승인 2024.03.14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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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손우현 기자 = 포르노가 정치를 뒤흔든 것은 먼 프랑스혁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한반도에서도 음란한 소설이 혁명의 씨앗을 뿌린 사례가 있다. 유명한 <자유부인>이 그 주인공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대학교수 장태연의 부인 오선영은 선량한 가정주부였다. 

동창회에 나갔다 친구들의 화려한 모습을 보고 이를 동경해 취직하게 되는데, 화사한 바깥 세계에 점점 물든 오선영이 결국 사교춤에 빠져 남편 제자와 춤바람이 난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밋밋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다. 오선영이 남편 제자 신춘호에 연정을 품기는 해도 육체적 불륜까지는 빠져들지 않았다. 하지만 감히 유부녀가 총각과 댄스홀에 다니는 것만 해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블러일으다. 역설적으로 소설은 단시간에 4만 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몰이를 한다.

 

이 작품이 이승만 정권 고위 인사의 실제 내용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문제가 커진다. 당시 서울대학교 법대 교수였던 황산덕 교수는 <자유부인>이 연재되는 서울신문에 “대학 교수 부인이 대학생에게 희롱당하는 불량한 내용이 신문 지면에 연재될 수 없다”고 게재 중단을 요청했다. 이승만 대통령 역시 사회적 논란이 일자 작가 정비석을 경찰이 연행하도록 명령을 내렸고 결국 금서 처리가 되었다가, 이승만 정권이 4·19혁명으로 몰락하면서 해제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은 흥미진진하다.

‘그리스 석상의 성기는 왜 이렇게 작나’에서부터 ‘60세 연하에게 청혼한 괴테’에 이르기까지 성의 역사와 문화를 전방위로 다룬다. ‘매춘, 포경, 자위, 포르노, 성기, 키스, 나체, 누드, 불륜, 목욕탕, 동성애’ 등 성과 관련된 직접적인 주제를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면서도 인문학적 요소를 가미해 품격 있는 성 담론을 펼친다. 또한 화가들의 그림과 고대 건축물 등 화려한 예술 작품을 삽입해 읽는 재미와 보는 맛을 한층 고조시킨다. 나아가 교과서에서는 보지 못했던 색다른 역사들에도 현미경을 들이댄다. 위대한 왕, 귀족, 예술가들의 사생활은 물론 불륜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 ‘영국의 이순신’ 넬슨, 프랑스의 역사를 구한 왕의 정부 아녜스 소렐에 관한 이야기 등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미처 알지 못했던 풍부한 지식과 교양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강영운 저 | 인물과사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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