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신간] 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컷
[신간] 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컷
  • 손우현 기자
  • 승인 2024.03.14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강타임즈 손우현 기자 = 육상 포유류 중에도 고래처럼 탄성섬유형 음경을 가진 동물이 많다. 염소도 그중 하나다. 염소는 솟과 염소속 동물로 고래와 동일한 경우제목으로 분류된다. 기원전부터 가축으로 사육되었고, 특히 유목민의 중요한 경제동물로 우유, 고기, 털, 가죽 등 다양하게 이용되었다.

고래목과 염소가 공통 조상을 두었다는 점에서 음경의 형태도 같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염소 외에도 소, 양, 낙타 등 대부분의 우제목은 초식동물이어서 야생에서 항상 적의 습격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교미 중에는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로맨틱한 분위기에 취할 새도 없이 최대한 빨리 교미를 끝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일격형’ 전락을 선택했다. 그런데 고래목은 육식성 동물이면서 이 전략을 선택했다. 

 

일격형 교미는 손뼉을 마주치는 순간 끝난다. 탄성섬유형 음경은 장에서 뻗어 있는 근육(음경후인근)이 끌어당기고 있어서 평소에는 일정한 크기의 S자 모양으로 굽어져 포피 안에 들어 있다. 그러다가 암컷의 발정을 인지하면 음경후인근이 이완돼 음경이 바로 튀어나온다. 말마따나 ‘일격’에 교미를 끝낸다. 덕분에 천적의 기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교미할 수 있다.

수의대 산과학 실습 때 염소의 교미를 관찰한 적이 있다. 얼마나 전광석화 같은지 졸업하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기들과 그날을 기억할 만큼 인상 깊이 남아 있다. 정말로 순식간이라, "순식간이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라고 교수님이 미리 일러주셔서 눈을 부릅뜨고 집중했건만, 수컷이 암컷 위에 울라탔다고 인지한 순간 이미 끝나 있었다. 

교미 시간은 약 1초다. 다급한 교미에 놀라면서도 정말 수정이 될까 하는 걱정도 드는데 초식동물은 이런 찰나의 교미로도 수정되는 탄성섬유형 음경과 일격형 교미 방법을 획득했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이 책은 여러 동물들의 번식, 출산, 육아에 관한 다양한 생태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범고래의 거대한 등지느러미는 생존을 돕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혹등고래가 멀리 떨어진 곳까지 소리가 전달되도록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이, 이는 짝짓기를 위한 특성으로 해석된다. 또한 고릴라의 희색 등, 오랑우탄의 플랜지, 바비루사의 엄니, 사슴과 기린의 뿔, 그리고 코뿔소의 코 등은 짝짓기와 관련된 특성으로 발전했다.

각종 동물들이 새끼를 낳거나 키우는 방식도 독특하다. 돌고래의 역방향 출산이나 토끼의 다량 새끼 출산은 자연의 위험과 맞서 싸워 안전하게 자손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이러한 다양한 행동과 몸의 구조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열매로, 종종 목숨을 걸고까지 이루어지는 과정은 경이로움을 더한다.

다지마 유코 저/명다인 역 | 플루토 펴냄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