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손우현 기자
독립지사의 유해가 고국에 묻혔다.
나물을 무치다 옷에 기름을 묻혔다.
‘무치다’와 ‘묻히다’는 발음이 [무치다]로 같으므로 헷갈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쉽다. ‘무치다’를 쓰는 경우는 ‘나물 등에 양념을 넣고 무치다’뿐이다. 문장의 목적어를 파악하고 그것과 함께 따져보면 오류를 줄일 수 있다.
그럼 ‘묻히다’는 어떤 경우에 사용할까? 이는 ‘묻-’에 주목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말에는 ‘묻다’라는 단어가 세 개나 있다. 소리는 같지만 뜻이 다른 단어, 즉 ‘동음이의어’이다.
-묻다
① 질문하다 ② 흙 따위로 덮다 ③ 무엇인가 달라 붙다.
이 중 ‘흙 따위로 덮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묻다’에는 ‘-히-’를 붙혀 ‘묻히다’하고 쓸 수 있다. ‘무엇인가 달라붙다’라는 의미의 ‘묻다’에도 ‘-히-’를 붙여 ‘묻히다’로 쓸 수 있다. 두 가지 ‘묻히다’ 모두 기본형인 ‘묻다’의 의미를 잃지 않기 때문에 ‘묻-’을 밝혀 적어야 한다. 같은 의미를 가진 말은 같은 모양으로 적어야 한다.
‘무치다’ 역시 ‘묻히다’로부터 왔는데 양념을 야채 등에 묻게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오늘날 ‘무치다’는 원말인 ‘묻히다’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버무리다’, ‘뒤섞다’라는 새로운 의미를 가진 새 말이 되었는데 어원에서 멀어진 것이다. 어원에서 멀어진 것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 맞춤법의 원칙이다. 이는 ‘나물을 무치다’처럼 특정 의미로만 쓰이니 함께 쓰이는 단어를 기억해 두자.
맞춤법을 좌우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고어의 뿌리를 지니기도 하며, 발음이나 문법의 규칙을 반영하기도 한다. 과거의 어원이 현대에는 사용되지 않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국어 사용자들의 언어 습관이 변화하면, 맞춤법도 그 변화에 맞추어 조정될 수 있다.
본서는 우리가 자주 혼동하고 잘못 사용하는 맞춤법과 그 핵심 원칙을 담은 사례 100가지를 수록하였다. 발음과 규칙을 통한 맞춤법 분석의 이론적 접근뿐만 아니라, 단어의 기원,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현재 단어의 사용 추세 등을 통해 맞춤법 학습을 더욱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김남미 저 | 빌리버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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