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장의 등장과 서울 부동산 전망은

뉴타운·재건축 등 타격, 경제위기 우려 겹쳐 가격하락 '불가피'

박원순 새 서울시장의 등장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대규모 개발사업의 위축과 대외 경제여건의 불안으로 약보합 내지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박 시장 체제가 출범하면 이미 침체에 빠진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과 뉴타운 사업이 큰 폭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견해를 모았다. 이는 박 시장이 뉴타운과 같은 대규모 도심개발 사업보다는 순차적으로 낡은 단독·다세대주택을 유지·보수하는 두꺼비하우징 사업 등의 지역공동체 친화적인 개발 사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지지부진한 상당수 뉴타운·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주민 투표를 거쳐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개발이익 기대감으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 현상을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박 시장의 당선으로 뉴타운 사업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박 시장의 공약 내용대로라면 이미 찬바람이 부는 뉴타운과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물론 일반 주택 가격의 추가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시장이 늘어난 서울시 부채 축소 등을 이유로 오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압구정과 여의도 등 한강변 전략·유도정비구역 개발사업의 대폭 축소가 점쳐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한강 르네상스는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싶다"며 "압구정을 비롯한 강남권 기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도 "박 시장이 매매보다는 전월세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서울 집값이 당분간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박 시장의 정책 방향과는 상관없이 수도권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외 경제여건과 금융환경이 더욱 나빠지는 추세여서 어차피 서울 시내 주택 매매시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허 연구위원은 "박 시장의 정책보다는 내년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 등 거시적인 위험 요인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경기가 좋을 때는 개발 호재가 부동산 시장에 크게 반영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누가 시장이 되든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나경원 후보가 당선돼 비강남권 재건축 연한을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주택시장 침체로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 상태여서 서울 주택시장이 크게 반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시장이 서민 주거복지를 위해 임대주택을 더욱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데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는 "임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라며 "현재 시프트 제도를 수정해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함 실장도 "임대주택 활성화로 전세난을 해결하려는 것이 박 시장 주택정책의 핵심"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조절해 이들 사업으로 인한 이주수요가 전월세 시장에서 공급부족을 유발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시장의 임대주택 정책에 대해 재원 마련 문제와 인위적인 임대료 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허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임대주택 공급이 쉽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전월세 시장 안정에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연 재정이 얼마나 뒷받침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너무 인기주의에 영합해 정책을 실현하면 시장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전세금 상한제나 분양가의 지나친 규제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정책은 시장 동향을 잘 살펴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