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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변태될까 두려운 지하철 속 남자들
[기획취재]변태될까 두려운 지하철 속 남자들
  • 기획취재팀
  • 승인 2007.03.08 0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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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의 스킨쉽에도 날카로운 여성들의 눈빛...

 
서울 수유리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씨(28세)는 아침저녁 출퇴근길이 두렵다.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사람들로 가득찬 지하철과 도로위를 질주하듯 달리는 버스 기사들의 거침없는 레이스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최씨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바로 여성들의 시선이다. 차마 말로는 표현 할수 없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최씨의 남모를 속사정을 들어봤다.
 
▲     © 기획 취재팀

간단한 접촉, 그리고....변태취급?
강남에 있는 회사의 출근 시간을 지키려면 최씨는 적어도 8시에는 지하철에 탑승을 해야 한다. 아침 8시를 전후로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이 겹치는 이 시간대에 지하철은 영화 '괴물'이 수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삼켜버린것처럼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을 꾸깃꾸깃 집어 넣는다. 지하철 속은 그야말로 지옥철을 연상케 한다. 남녀가 한데 섞여 서로의 몸이 닿게 되는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최씨의 걱정은 지금부터다. 지하철이 도착지에 정차할때까지 손의 위치 때문에 항상 좌불안석인 것이다. 손잡이가 없는 구역에 서있을때는 자연스럽게 손을 차렷자세로 해야하는데 주변에 여성들이 있으면 손을 위로 올리거나 팔짱을 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손이 내려가면 여성들은 갑자기 눈빛이 달라지며 움찔하는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지하철 변태들이 난무하는것이 사실이고 여성들이 그 부분에 민감하고 두려워 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아무 죄도 없는 자신을 변태 취급 하듯 쳐다보는것은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는게 최씨의 심정이다.

한번은 늘 출근길마다 마주치는 여성이 마음에 들어 말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같은 칸에 타게 되었고 우연하게도 몸이 밀착되었다고 한다. 최씨는 맘에 드는 그 여성과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갑자기 그 여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라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고 최씨는 이내 자신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 근처에 있는것을 발견했다. 악의도 없었고 단지 흔들리는 지하철로 인해 잠깐 스쳤던 모양인데 상대방은 일부러 접촉을 한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최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변태취급을 받는 기분은 상사에게 몹쓸 욕을 듣거나 직장에서 짤리는 고통보다 100배는 더 찝찝하고 우울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지하철에서 항상 약자로만 대우 받았던 여성들의 뒷편에는 변태 취급 당할까봐 하루하루 살얼음 판을 걷고 있는 마음 여린 남자들이 있다. 위의 내용들은 비단 최씨만의 고민은 아니다. 본지에서 지하철속 남자들을 인터뷰 한 결과 대부분이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차마 말할수 없어 가슴속에만 담아두었던 지하철 속 남자들의 속사정..

지하철 역장에게 해결책은 없냐는 질문을 해봤지만 " 변태를 잡는것도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며 " 여성들의 의식 자체를 바꾸는 것은 무엇보다 불가능할것 "이라는 허무한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변태를 만날까봐 두려운 여성들, 변태가 될까봐 두려운 남성들, 그리고 은밀함을 즐기는 진짜 변태들... 안타깝게도 이 이상한 삼각관계가 언제쯤 정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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