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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의 적극적 변신을 기대한다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재봉 교수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의 적극적 변신을 기대한다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재봉 교수
  •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재봉
  • 승인 2007.04.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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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협정과 북미 수교가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 같다. 빠르면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 7-8월이나 늦어도 부쉬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09년 1월까지. 여기엔 그의 변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두 번이나 큰 변신을 했다. 1993년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국가의 종말’을 맞을 것이라 경고했고, 1994년엔 ‘전쟁 불사’를 외치며 북한을 침공할 뻔했는데, 몇 개월 뒤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 및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겠다는 내용의 제네바 합의를 받아들였고, 1999년엔 그 내용을 확인하는 베를린 합의를 수용했던 것이다.

 

 첫 번째 변신의 산물인 제네바 합의는 일종의 속임수였다. 북한이 몇 년 안에 붕괴될 것으로 예상하여 경수로 제공과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경수로를 지어주는 체하며 시간을 끌다보면 북한이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고, 북한보다 먼저 그리고 더 많이 제네바 합의를 지키지 않았던 것이니, 이는 미국의 ‘기만 전술’이었던 셈이다. 두 번째 변신의 산물인 베를린 합의는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예상의 수정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북한이 언젠가 무너지더라도 그 전에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하여 진정으로 북한과의 수교를 추진했던 것이다.

 

 부쉬 대통령 역시 처음엔 북한을 고립시키고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을 붕괴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줄기차게 강경 정책을 썼다. 그러나 6자 회담에서 고립을 당하는 쪽은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었고, 중국과 남한의 대북 지원 때문에 미국의 경제 제재는 성공하기 어려웠다. 이런 터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 세력이 다시 살아나고, 이라크는 이미 제 2의 베트남이 되었다. 이란도 미국의 위협에 맞서 핵무기 개발을 진전시켜 왔다. 또한 중동에서는 미국의 분신인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갈등과 긴장이 그치지 않고, 미국의 뒷마당이랄 수 있는 중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반미주의가 고조되고 있다. [와싱턴 포스트]가 묘사한대로 “완고하고 단호하며 절대 양보하지 않는 지도자”인 부쉬 대통령도 대북 정책을 바꾸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리라. 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시험이라는 북한의 압박에 굴복한 모양이 되기는 했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다행스런 변신이다.

 

 한편, 북미 관계의 급진전에 한 가지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를 앞서거나 따라가지 못하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서 남한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통일의 과정에서도 남한이 주도적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에 간곡하게 부탁한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누그러뜨리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고. 불안한 정세나 전쟁을 통한 통일을 바란다면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며 한반도 평화 협정과 북미 수교를 거부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이념을 떠나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원하리라 믿는다면, 북한이 좋으나 싫으나 실체를 인정하고 평화 협정과 북미 수교를 지원하면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을 지지해온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은 부쉬 대통령의 변신에 충격과 배신감을 느낄지 모른다. 그의 변신을 따르면 변절자가 될 수 있고, 그를 비판하면 반미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당혹감도 맛볼 것이다. 짐작하겠지만 그가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대북 정책을 다시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한미 동맹 또는 미국과의 공조를 금과옥조처럼 강조해온 터에 ‘반미주의자’가 되기보다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변절자’가 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그렇다면 변할 바에 적극적으로 변하기 바란다. 한 가지만 예를 든다. 미국이 곧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평화 협정을 맺으며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면 그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은 지금보다 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1-2년 사이에 어차피 없어질 것이라면 그 때 수동적으로 응할 게 아니라 지금 적극적으로 나서 폐지에 앞장서는 게 12월 대통령 선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부쉬 대통령의 바람직한 변신에 이어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의 적극적인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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