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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시청자 머릿속 左之右之! 내 판단 왜 니가해~
[기획취재]
시청자 머릿속 左之右之! 내 판단 왜 니가해~
  • 문승희 기자
  • 승인 2007.04.2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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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울고 웃기는 자막... 강력한 '제 3의 인물'
 
 
▲     © 문승희 기자

"쇼 프로볼때 자막없으면 답답하죠. 상상만해도 방송이 심심할것 같은데요? 가끔은 드라마나 교양프로에도 자막이 좀 많았으면 하는 생각도 하니까요. 웃고 즐기는데 자막이 큰 역할을 하는것 같아요. "
 
"자막없는 방송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본기자의 물음에 대한 Y대학 김명훈(27)씨의 대답이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TV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막'의 투입이다. 처음에는 아주 간단한 용어들만 적어주더니 이제는 아예 시청자 머릿속 까지 파고들며 두뇌를 갖고 노는 '자막', 과연 웃음 포인트를 가르쳐주는 친절한 어드바이스로만 작용하는 것일까?

직장인 함소연(30)씨는 방송에서 남용하는 자막 처리 때문에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라고 한다. " 자막이 아예 없는것은 문제가 되지만 너무 남발하는것은 더 문제인것 같아요. 가끔 프로그램을 보다가 자막에 따라 울고 웃는 저를 발견한다니까요. 어떤 장면이 전혀 우습지 않은데 자막에 'ㅋㅋㅋ' 이런 글자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저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되더라고요.  유치원생들이 선생님 말씀에 꼬박꼬박 말 잘듣것과 같은 맥락이랄까.. '지금 웃어! 지금이야!', ' 어때? 가슴 찡하지? 어서 마음아파해!' 이런 명령을 받는 느낌이 들어요. 쇼 프로 하나를 보고 나면 굉장히 공허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1시간동안 배꼽 잡고 웃었는데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 느낌... 저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것 같아요. "
 
쇼 프로의 생명은 '자막' 이라고 한다. '자막'은 비호감 연예인을 호감으로 바꾸기도 하고 스타들간의 오묘한 러브라인을 생성해 내기도 한다. 케이블 tv엠넷의'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이나 '정재용의 순결한 19'가 욕도 배부르게 먹고 시청률도 더불어 올라갔던 이유에는 '자막'의 힘도 컸다. '아찔소'는 주목이 될만한 킹카를 겨냥해 마치 제3자인것처럼 부정적인 자막을 펼쳐대며 시청자들의 감정이 이입되게 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소설을 쓰는 작가나 되는듯이 말이다. '순결한 19'는 사회자 정재용의 대사를 토시하나 빼먹지 않고 화면에 그대로 자막을 넣는다. 굳이 적지 않아도 될 말들까지 적어대는것을 보고 있자면 tv를 '보는것'이 아니라 '읽고 있는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곽지영(15)양은 친구들과 대화를 할때 혼자서 자막을 만들어 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저희 또래 애들은 거의 쇼 프로를 많이 보거든요. 뉴스는 아빠 몫, 드라마는 엄마 몫, 만화는 동생 차지니까요. 어린 나이때부터 자막으로 가득찬 방송을 보다보니 일상생활에서 혼돈이 오는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 맞딱드렸을때 한줄 글귀로라도 지도를 받고 싶게 되고 점점 창의력이 떨어지는것 같아요. 친구들하고 대화를 할때가 되면 혼자서 친구 머리위로 말풍선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친구가 웃을땐'ㅋㅋx5'같은 인터넷 용어들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자꾸 연상이 돼서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같은 고민을 가진애들이 많았어요. 처음엔 걱정했는데 친구들하고 같이 공유하다보니 서로 대화할때 자막을 만들어 보기도 하는 놀이도 만들었답니다. 부모님은 tv를 못보게 하시는데... "

'자막'이 문제가 되는것은 진실성에 대한 유무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진실인것마냥 시청자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때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것이 분명하다.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용어들의 남발도 큰 문제가 된다. 멋대로 말하기 쉽게 만들어진 불량 단어들이 사람들에게 깊숙히 배어 이제 그 단어를 쓰지 않으면 '이상하다' 라고 느낄정도가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생각해보면 최소한의 자막만으로도 즐겁게 웃고 시청을 했던때가 있었다. 그때는 적어도  웃고 우는 문제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었다. 시각과 청각이 적당이 버무려져 '뇌'를 조종 당하고 있다는 불쾌한 생각따위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우리는 청각은 무뎌지고 시각에만 집중하고 있다. 귓바퀴는 잠을 자고 눈알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공신력을 가진 언론매체가 시청자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책임있는 방송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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