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한국최고의 멜로영화감독으로 손꼽히는 허진호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한석규,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유지태, <외출>의 손예진-배용준을 거쳐 <행복>의 임수정-황정민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의 스타들마다 그와의 작업을 꿈꿀 만큼 배우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내 빛나게 하는 드문 재주를 지닌 연출자. 특히 허진호 감독 영화 속 여주인공들은, 꾸밈없는 수수한 모습으로도 그들 작품들 중 최고로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기존과는 또 다른 매력과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선보였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
<마지막 승부>가 심은하를 TV스타로 만든 드라마라면,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심은하를 배우로 각인시킨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심은하는 평범하지만 청순함이 매력적인 20대 초반의 주차 단속원 ‘다림’으로 분해, 꾸미지 않아도 빛이 나는 순수미인의 대명사이자 최고의 여배우로 등극했다.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
화장품 광고 속 ‘산소 같은 여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영애는 청초한 외모 한 켠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도도한 분위기를 지닌 완벽한 여자 이미지였다. 그러나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는 사랑을 믿지 않는 이혼녀 ‘은수’로 분해, 생라면을 잘라 먹는 등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털털한 모습으로 일상적인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냄으로써, 그간의 고정관념을 뒤집고 완벽한 여자 이영애가 아닌, 완벽한 배우 이영애로 거듭났다.
<행복>의 임수정
임수정 스스로 언급한 바처럼, 그에게 “허진호 감독과의 만남은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폐질환을 앓고 있는 영화 속 ‘은희’는 몸뻬바지 차림에 화장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초라한 모습이지만 언론시사 후 임수정에겐 “이제껏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도 아름답고 인상적이다”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20대 여배우론 드물게 연기파 타이틀을 달고 눈에 띄는 행보를 해왔던 임수정이지만, 그 동안 앳된 소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영화<행복>을 통해 성숙한 여인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해낸 임수정은, “심은하의 순수함과 이영애의 성숙미를 모두 보여주는 임수정의 영리한 연기”,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은희는 상상이 안 된다!” 등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평단의 호평 속에 심은하와 이영애의 뒤를 잇는 충무로 최고의 여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 여배우들처럼 임수정 역시 허진호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톱스타’에서 ‘톱여배우’로 거듭난 것.
<행복>은 몸이 아픈 두 남녀가 요양원에서 만나 행복한 연애를 하지만, 한 사람이 몸이 낫고 사랑이 흔들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잔인한 러브스토리로, 사랑의 낭만만을 변주하는 동화 같은 로맨스가 아니라, 연애의 쓴맛 단맛을 다 경험해본 ‘진짜 사랑을 아는 성인들의 로맨스’를 표방한다. 달콤한 연애와 가슴 시린 이별로 올가을 관객들을 실컷 웃고 울게 해줄 영화 <행복>은 오는 10월 3일 개봉한다.
http://www.esportsi.com
전선옥기자 mr732177@esports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