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학생들, 급식을 말하다]
떡갈비 딱 4개 심하죠?
[학생들, 급식을 말하다]
떡갈비 딱 4개 심하죠?
  • 한겨레
  • 승인 2006.07.07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중독 사고로 학생 9만여명의 학교 급식이 중단되자, 정치권은 미뤄뒀던 ‘학교 직영 급식 의무화’를 뼈대로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지난달 말 부랴부랴 통과시켰다. 법안 마련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학교 급식문제는 사회적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3주째 학교 급식은 중단된 상태다. 매일 학교 급식을 먹는 학생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1학기 기말시험을 막 끝낸 고3 학생 3명이 4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학교 급식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한 얘기를 나눴다.

 
<참석자>
: 서울 ㄱ고 3학년. ㄱ고는 학교 급식을 하는 대신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사 먹거나 도시락을 먹고 있음.

: 경기도 ㅇ여고 3학년. 위탁급식.

ㅁ: 서울 ㅁ고 3학년. 위탁급식.

사회: 교육팀 박주희 기자 
 
사회:학교급식은 직영인가, 위탁인가.
: 학교에서 단체급식을 했으면 좋겠는데 급식시설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학교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권을 사서 먹는다. 비빔밥은 2000원, 제육볶음 2500원, 김치볶음밥 2500원, 라면 1000원, 쫄면 1100원, 삶은달걀 300원, 튀김만두 1개 200원이다. 메뉴가 전부 한그릇 음식이라서 반찬은 365일 단무지와 어묵국물 뿐이다. 밥 중에서는 비빔밥이 제일 싸서 많이 먹는데 상추, 무채, 콩나물, 계란, 참기름이 전부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도시락 싸오는 애들이 줄어든다.

: 우리 학교는 개인업체에서 위탁운영하는데 한 끼 2500원이다. 늦게 가면 항상 반찬이 부족하다. 원래 먹고 싶던 반찬을 못먹고 다른 반찬을 주기 때문에 점심시간 종 치기가 무섭게 뛰어가야 한다. 식당 문은 좁은데 여러 명이 뛰어가다가 유리문에 끼어서 귀 찢어진 애도 있었다. 야자(야간자율학습)하는 애들은 저녁도 먹는데 저녁 먹을 때쯤 되면 진짜 배고프다.
 
:위탁급식한다. 한 끼에 2200원씩 내고 있는데 곧 2300원으로 올린다고 한다. 중학교 때는 직영이었는데 밥도 많이 퍼주고 지금보다 훨씬 맛있었다. 이번에 급식 사고 난 뒤에 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우리 학교는 사정상 직영 보다는 위탁이 낫다’고 말하자, 대부분 애들은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런 줄 알고 있다.
 
사회: 이번 급식 사고 보면서 무슨 생각했나?
 
:터질 게 터졌구나 생각했다. 한번 터질 문제였다. 중학교 때 학생회 대표였는데 급식 위탁업체 사장님이나 선생님들이랑 급식 얘기하면 항상 위생 문제가 걸렸다. 다른 학교 다니는 내 친구가 배 아프다고 했는데 그게 식중독 때문이라는 거 알았을 때 놀랐다.
 
:우리 학교는 안전한지 가장 걱정됐다. 급식이 값에 비해 항상 허술하다고 생각했다.
 
:애들이 우리학교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얘기 많이 했다. 예전에 한 학생이 우리학교도 씨제이처럼 큰 회사에서 급식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안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급식 중단 때문에 기말시험이 미뤄진 학교도 있어서 그건 좀 부러웠다.
 
사회:급식에 대해 학생들 가장 큰 불만이 뭔가?
 
:두 세 달에 한번씩 학생회에서 급식에 대해 전교생의 의견 모은다. ‘식판에 고춧가루가 그대로 붙어있다’며 위생문제 지적하는 게 가장 많고, ‘무슨 반찬은 너무 맛이 없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의견 모아서 급식업체 쪽에 전달한다.
 
:양이 적은 게 가장 불만이다. 반찬이 단무지 뿐이니까 밥만 먹고는 배를 채울 수가 없고, 도시락전문점에서 도시락 시켜 먹는 애들도 밥 먹고 다시 빵 사먹는다. 밥을 더 안주니까 애들이 비빔밥에 일부러 고추장 많이 넣어서 ‘너무 짜다’고 말해 밥을 더 받기도 한다. 배식하는 아주머니들이 참기름 넣어주면서 손가락에 참기름이 묻으면 입으로 빨아먹고, 그 손으로 다시 음식 만져서 애들이 너무 싫어한다. 식당은 좁고 애들은 많으니까 줄서기 싫어서 4교시 수업시간 끝날 때쯤 ‘배 아파서 화장실 간다’고 거짓말 하고 식당에 미리 가 있는 애들도 있다. 식당에서 빨리 배식하려고 밥을 미리 그릇에 담아둬서 굳어서 먹기 힘들 때도 있다.
 
:식단표 보면 화려할 것 같은데 받아보면 항상 실망이다. 콩나물국에 콩나물은 없고 고춧가루 국물만 주고, 사골국은 멀건 국물만 있어서 애들이 아예 ‘프림국’이라고 부른다. ‘○○맑은국’이라는 메뉴는 항상 보리차 같다. 국이 가장 성의없다.
▲     © 한강타임즈
:반찬으로 탕수육, 돈가스, 제육볶음, 튀김, 햄 같은 거 나오면 서로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난리다. 떡갈비는 딱 4개씩 주는데 너무 야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시금치, 숙주나물 같은 나물 종류 나오면 거의 다 버린다.
 
:학생들이 싫어하는 메뉴를 매번 넣는 건 싫지만, 영양사님은 영양을 맞춰야 되니까 이해한다. 그치만 김치는 먹고 싶어도 맛이 매일 다르다. 어떤 날은 너무 시고, 어떤 때는 김치가 살아날 것 처럼 전혀 안 익어서 못먹는다. 편식인 줄 알면서도 김치는 안 먹고 버리는 날이 많다. 밥은 정수기 옆에 밥통을 따로 두고 더 먹을 수 있게 해뒀는데 반찬을 더 받으려면 다시 긴 줄을 서야한다. 그러니까 더 먹고 싶은 애들은 줄 맨 뒤에 다시 서서 밥을 안먹은 것처럼 아예 다시 받아먹는다.
 
:밥 먹고 뒤돌아 서면 허전하다. 올해 학교 식당 새로 생겼을 때는 밥을 많이 줬는데 애들이 한 그릇만 사서 둘이서 나눠 먹었다. 그래서 밥을 적게 주기 시작했는데 항상 양이 문제다. 영양사 누나 ‘안예쁘다’는 걸 불만이라고 얘기하는 애들도 있다.
 
:카레밥 같은 거 나올 때는 식판 반찬 칸에 반찬이 없으니까 요구르트를 놓거나 오렌지 한 쪽 얹어서 채우기도 한다. 편식해서 음식 많이 버린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 밥을 남기지 않고 먹으면 상을 주기도 하면서 급식지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우리 학교는 며칠 연속으로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 나올 때가 많다. 예를들어, 당근이 탕수육에 들어가고, 이튿날은 생채로 나오고, 그 다음달은 짬봉국에 들어간다. 쫄면을 반찬으로 내놓기도 한다. 급식비 고지할 때 뒷면에 그달치 식단표가 나오는데 요즘은 애들이 그 식단표 보고 몇몇 재료가 또 며칠동안 이어서 나올지 추측까지 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그 재료가 며칠씩 이름만 바꿔서 연속으로 나온다.
 
사회:왜 급식이 양도 적고 맛도 없을까.
 
:위탁하면 이윤 때문에 그렇겠죠. 학교는 이윤 챙기려고 하지 않는다. (위탁급식에서) 배식하는 아주머니들은 월급받고 일하니까 한 숟가락 더 준다고 자기에게 피해가 가는 게 아닌데도 ‘그만 좀 먹으라’고 한다.
 
사회:급식비 지원받는 학생들이 누군지 반 친구들이 알고 있나.
 
:지원받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식권을 미리 나눠준다. 몇몇 애들은 식당에 학생이 몰리면 줄 세우고 식권 파는 일해서 한 달에 8만원씩 받기도 한다.
 
:반 친구들이 누군지 잘 모르는데 알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다. 친구들 시선 의식하지 않고 배식 봉사하는 친구들도 있다. 친구들이 밥 퍼주니까 국 한번 더 퍼주고, 맛있는 것도 더 많이 챙겨줘서 오히려 좋다.
 
사회:급식지도 하는 선생님 없나? 부모님들이 급식에 참여하나?
 
:선생님들은 선생님 식당에서 따로 드시는데 학생들보다 밥이 더 맛없다고 하신다.
 
:선생님 식당이 따로 있어서 밥, 국, 반찬 따로 차려서 먹는다.
 
:선생님들은 우리보다 30분 정도 일찍 드시는데 우리가 수업시간에 급식 맛없다고 투덜거리면, 어떤 선생님은 ‘우리는 맛있는 무슨 반찬 먹었다’며 자랑까지 한다. 식당이 따로니까 어떤 반찬인지는 잘 모른다. 선생님 2명 정도 나오셔서 식당 앞에 줄 세우고, 배식하는 거 지켜보신다.
 
:가끔 학부모회의 할 때 부모님들이 학교식당에서 밥을 드시는데 그때는 반찬이 확 달라진다. 생전 처음보는 반찬이 학교 식당에서 날아다닌다.
 
사회:급식에 대한 학생들 의견 어떻게 전달하나?
 
:각반 반장들이 설문조사하고, 학생회가 의견을 모아서 급식업체 쪽에 전달한다. 학생들이 ‘몇월 몇일에 무슨 메뉴였는데 갑자기 바뀌었다’는 식으로 아주 자세하게 적는다. 가끔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직접 말하기도 한다. 몇일 전에도 음식에서 벌레가 나와서 애들이 항의하니까, 아주머니들이 ‘유기농이라서 그렇다’며 그냥 넘어갔다.
 
:학생회에서 설문조사 해서 학교에 주는데 무성의하게 답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회에서 조사는 하는데 선생님들이 받아서 업체에 제대로 전달하는 지는 모르겠다.
 
사회:급식 불만 얘기하고 개선 건의해서 받아들여진 적 있나?
 
:중학교 때 교실배식을 했기 때문에 밥통을 날라주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이 있었는데 우리에게 너무 함부로 대했다. ‘아르바이트생들 태도가 지나치게 불량해지지 않도록 이름표를 달면 좋겠다’고 건의해서 이름표 달고 많이 좋아졌다.
▲     © 한강타임즈
:식판이 지저분하다는 건의가 많이 나와서 급식업체에서 새 식판으로 바꿨고, 조리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머릿수건을 잘 안써서 머리카락이 자주 나온다고 불만을 접수시킨 뒤에 반드시 머릿수건을 쓰게 됐다.
 
사회:급식 시설은 어떤가.
 
:식당이 좁아서 수업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간다. 6명씩 앉는 식탁이 20개 정도 있는데 중학교도 같이 쓰고 있어서 항상 붐빈다. 올해 식당을 새로 수리해서 비교적 시설은 깨끗한 편인데 물컵은 씻고 건조하지 않은 채 그냥 쓴다.
 
:급식실이 따로 있어서 깨끗하고 좋은 편이다. 식당에 자리도 충분히 있는 편이어서 입구에서 카드인식기에 카드 찍고 들어갈 때만 좀 줄서고, 배식할 때는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그래도 애들은 빨리 먹으려고 교실 문 앞에 붙어 서 있다가 점심시간 종치면 바로 달려간다. 급식실에 여름에 에어컨이 없어서 더운 건 좀 문제다.
 
:식당 건물이 지은지 10년쯤 되다보니 바닥에 페인트도 벗겨지고 거미줄도 보이고 좀 지저분하다. 게다가 지하에 있어서 통풍도 잘 안되고 음식 냄새도 잘 빠지지 않는다. 14명이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 흘리 음식을 치워주지 않아서 지저분한 식탁에서 밥 먹을 때가 많다. 200명 정도가 한꺼번에 밥 먹는데 선풍기는 10대 정도라서 너무 덥다.
 
사회:급식에 불만도 많은데 차라리 도시락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중학교 때 2년 동안 도시락 싸다니다가 3학년 때 급식으로 바꿨다. 도시락은 여러명이 반찬 나눠 먹으니까 반찬이 다양하고 맛있었는데 급식 하니까 어머니가 정말 편하다고 하셨다. 중학교 때는 교실 배식 했었는데 교실에 음식 냄새가 많이 났지만, 식당 배식처럼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중1 때 도시락 싸다녔는데 보온 도시락통 들고 다니기 무겁고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가면 도시락통을 하루 종일 들고 다니는 게 번거로웠다. 그리고 어머니들이 괜히 부담 느껴서 맨날 ‘내일은 뭐 싸줄까’ 물어보고 그랬다. 처음에는 학교밥이 좋았는데 요즘은 다시 도시락 생각도 난다.
 
사회:급식에서 이것만큼 꼭 개선됐으면 하는 거 있나.
 
:내가 급식하면 고기 반찬만 주겠다. 살찌겠지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이다. 반별로 배식할 때 반찬을 5~6인분 정도 더 준비해서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돈이 제한돼 있으니까 여러가지 반찬은 못만들어도 반찬 하나라도 좀 맛있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값이 정해져 있으니까 수라상처럼 화려할 수는 없겠지만 점심을 먹고 배고프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인스턴트 보다 직접 조리해서 따뜻한 음식을 주면 좋겠다. 새우튀김, 미니 돈가스, 동그랑땡 같은 냉동식품은 고기는 별로 없고 밀가루 뿐인데 음식이 좀 알차게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에 급식에 대해 큰 파문 있었는데 어른들이 음식을 선택하고 만드는 과정에서도 내 자식이 먹을 거라고 생각했으면 줬으면 좋겠다. 학생들 의견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우리학교는 이번에 새 급식업체 선정하면서 학생 대표들도 참여했는데 우리가 ‘짜장밥 나올 때 단무지 3개 달랑 나오는 거 너무 심하다’고 했더니 선생님들도 부모님들도 깜짝 놀라셨다. 그동안 반찬이 그렇게 나오는지 모르셨던 거다. 학생들이 급식업체 쪽에 ‘음식에서 이물질 나오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서 ‘그날 반 전체 급식비 돌려준다’는 약속도 받았다. 다른 학교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급식에 대해 결정할 때 학생들 의견을 들어주면 급식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