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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15禁 '난쟁이들' ...백설공주의 '낯선 욕망'
[뮤지컬]15禁 '난쟁이들' ...백설공주의 '낯선 욕망'
  • 황인순 기자
  • 승인 2015.03.09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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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안녕~ 난 백설공주야. 그래, 그림 형제로 인해 알려졌고,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이미지가 박힌 그 공~주~. 이번에는 한국 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에 출연했어~. 내게 숨겨진, 아니 억눌린 것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지.

많은 사람들은 하지만 내게, 아니 내 이미지에 속았지. 하얀눈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순수하다고 생각했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스노우 화이트'는 내 이미지를 강렬하게 포장했지만 내 '색(?)기발랄'은 끌어내지 못했지.

비밀 하나 알려줄까? 내가 독사과를 깨문 뒤, 잠들어 있을 때 나를 깨운 그 왕자. 난 그와 첫날밤을 기다렸어. 쫙 달라붙는 바지 밑 허벅지가 탄탄해보였거든. 하지만 바로 고대하던 그 날. 꿈틀대기만 하더라. 정말 열심히 하는데 꿈틀대기만 했어.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는 정말 좋아했어.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지.

그 이후로 난 성욕을 채우지 못해, 욕구 불만에 시달렸지. '미녀와 야수'의 그 야수는 밤에도 정말 야수라던데. 내게 음란마귀가 씌였다고? 이게 진실이야. 사람이 어떻게 먹고만 사니? 돈만 많다고 지휘만 높더고 다가 아니야. 내 롱치마앞부분이 트여 내 짧은 치마가 드러난 뒤 그 치마가 마릴린 먼로의 치마처럼 휘날릴 때 남자 관객들 눈 휘둥그레지던데.

▲ 뮤지컬 '난쟁이들'은 동화 신데렐라, 인어공주, 백설공주의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비틀어 현실을 풍자했으며 난쟁이 찰리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왕자가 되기 위한 길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사랑보다 조건이 우선시되는 현세태를 꼬집는 작품이다.

일곱 난쟁이 중 막내인 '빅'은 그런 내게 성욕을 채워줬어. 이름도 빅(Big)이잖아. 물론 그가 마녀에게 돈을 써 마법을 통해 맛본 잠깐의 희열이었지만. 그는 곧 늙고 작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난쟁이로 변했지. 하지만 이제 상관없어. 빅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걸 알았으니. 결국 이번 동화(뮤지컬)의 주인공은 우리였잖아.

'난쟁이들'에는 나말고 '인어공주' '신데렐라'도 나와. 인어공주는 빅과 같이 온 또 다른 난쟁이 '찰리'와 진정한 사랑을 나누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줘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만날 '호구' 같이 당하던 그년. 이번에 또 희생하는데, 찰리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지. 진짜 공주를 만나 왕자가 되고 싶다던 그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지.

신데렐라, 그 앙큼한 것은 이번에도 왕자 하나 '후려쳐서' 알 박힌 반지를 얻어내려고 했는데, 결국 이웃나라 왕자3을 꼬시는데 성공해. 아, 신데렐라는 예전 왕자와 이혼했지.

끝이 또 다시 뻔한 동화라고? 그래도 '난쟁이들'처럼 이렇게 발칙한 동화 봤어? 마녀는 "돈을 쓰면 마법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툭하면 감동 받는 왕자 1·2·3은 "평민이 왕자를 만나 공주가 되는 호시절은 끝났다"며 "끼리끼리 만나"라고 노래하지.

하지만 무대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희망 아니겠어. 공연장 안에서라도 꿈을 품어야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현실이 너무 팍팍하잖아. 아 '난쟁이들'은 15세 미만은 못 본다. 애들은 이해가 안 되거든. 혹자는 나, 신데렐라, 인어공주 나온다고 가족극이라고 착각하던데… 내 신음 소리 나오면 놀란다. 호호호. (※ 기사는 '난쟁이들' 속 백설공주의 시각으로 썼음을 알려드립니다.)

찰리 정동화·조형균, 빅 진선규·최호중, 백설공주 최유하, 인어공주 백은혜, 신데렐라 전역산, 왕자 1·2·3 우찬·전역산·송광일. 프로듀서 송승환·김희철·이광호, 극작·작사 이지현, 작곡 황미나, 연출 김동연, 음악감독 채한울, 안무 송희진. 4월26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러닝타임 100분. 5만5000원. PMC프러덕션·충무아트홀·랑. 1666-8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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