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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3월의눈' 신구·손숙 부부로 호흡!!
[연극] '3월의눈' 신구·손숙 부부로 호흡!!
  • 황인순 기자
  • 승인 2015.03.11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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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내는 할말 없어. 할멈보고 다 이야기하라고 해." 배우 신구(79)는 연극 '3월의 눈'에서 자신의 부인 '이순' 역을 맡은 손숙(75)과 자리를 바꿔 앉으며 말했다. 무뚝뚝하지만 애정이 묻어나는 점이 영락없는 '장오'였다.

신구와 손숙이 연극 '3월의 눈'을 통해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평생 살아온 한옥을 떠나기 하루 전 노부부 이순·장오의 일상을 오롯이 보여준다. 실재와 환상을 오가며 사라짐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구성이 일품이다.

사람들에게 제 살점을 다 내주고 결국 극 후반에 뼈대만 앙상하게 남는 고택, 벽을 제외한 모든 도구가
통째로 박물관에 팔리는 이발소, 재개발 열풍 속에서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하는 장오의 모습을 묵묵히 그린다.

▲ 연극 '3월의 눈' 배우 신구, 손숙(오른쪽) 씨가 10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내 실제 공연을 하는 세트에 앉아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연극 3월의 눈은 오는 3월 13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꽃샘 추위가 절정에 달한 10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난 신구와 손숙은 현실에서도 장오와 이순이었다.

원로배우 백성희(90)·장민호(1924~2012)에게 헌정한 2011년 초연작이다. 그간 박근형, 변희봉, 오영수, 박혜진이 무대를 빛냈다.

신구와 손숙은 이번에 처음 이 작품에 출연한다. 신구·손숙의 장오·이순은 밝고 귀엽다. 그래서 막판의 막막함이 짙게 다가온다.

두 사람이 부부 연기를 하는 것은 이번에 두 번째. 2013년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를 통해 처음으로 부부 연기를 했다. '3월의눈'에서는 두 사람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상황이 역전된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는 신구가 맡은 아버지 역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손숙은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때는 나를 부려먹었지"라며 웃었다.

두 사람 모두 세월이 지날수록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 인물들을 많이 연기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이런 역할이 주로 들어온다"고 입을 모아 웃었다.

신구는 '3월의눈'은 제목 자체가 삶과 죽음의 역학 관계를 설명한다고 했다. "진짜 3월 눈은 내리지마자 녹잖아. 그 자체가 인생을 비유하는 거지. '3월의 눈'도 그런 이야기야."

손숙은 극 중에서 점점 뜯겨져 나가는 고택이 마음 아프다고 했다. "장오가 하나하나 쌓아올려 지은 집이니까. 다 그렇게 스러지고 없어지는 이야기지."

하지만 장오·이순의 애정, 삶에 대한 흔적은 고스란히 무대 위에 쌓인다. 손숙은 "장오가 이순을 정말 많이 사랑했지. 이순은 그런 장오가 안타까운 거고."

무엇보다 연기하지 않은 연기가 필요한 작품이다. 연륜에서 비롯된 내공 없이 불가능하다.

신구는 "겉으로 보기에 별 거 없어보이지만 배우들에게는 녹록하지 않은 작품이야"라고 말했다. "표현을 할 때 계산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손진책 연출에게) 일일이 지시를 받고 있으니, 그래서 힘들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3월의눈'은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의 대표 레퍼토리다. 신구와 손숙은 1970년대 초 단원으로 국립극단에 함께 소속됐다. 1971년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연극 '달집'에 함께 출연했다. 39년 만인 2010년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 같이 나왔다. 국립극단 작품으로 호흡을 맞추는 건 40여 년 만인 셈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로 국립극장 무대에 선 이후 다시 올해 '3월의눈'으로 같은 장소에 오르게 됐다. 손숙은 공연장을 나와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가는 길목에서 국립극장을 둘러보더니 "많이 변했다"고 했다.

세월은 변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원로 배우로는 이례적으로 젊은 사람들에게까지 인기다. '시즌3 그리스'편 방송을 앞두고 있는 '꽃보다 할배'의 신구는 '꽃할배'로, 여전히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손숙은 '꽃할매'로 젊은 관객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장오는 일제강점기부터 6·25, 민주화 과정을 모두 거친 인물이지. 질곡을 몸소 겪은 거야. 단지 과거를 책으로 접한 젊은이들에게 몸으로서 과거를 보여줄 수 있는 거지"(신구).

"대사에도 나오는데 장오는 준치처럼 가시가 가득했던 사람이야. 고집 센 이숙을 만나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지. 그렇게 어렵게 쌓은 것들이 조금씩 뜯겨져 나갈 때의 허무함…. 젊은이들도 알 수 있을 거야."(손숙)

두 사람의 리허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13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예술감독 김윤철, 연출 손진책 국립극단 전 예술감독, 극본 배삼식, 무대미술가 박동우, 의상디자이너 최보경. 2만~5만원. 국립극단 02-3279-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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