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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역경 겪지 않은 음악은 감동 못줘"
조수미 "역경 겪지 않은 음악은 감동 못줘"
  • 황인순 기자
  • 승인 2015.04.21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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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전공학생 위해 5월 무료공연

[한강타임즈]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는 전설적인 소프라노 존 서덜랜드(1926~2010)의 내한공연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내한한 존 서덜랜드가 무대에 올라 첫 음을 내는 순간 "세상이 바뀌었다"고 했다.

20일 오후 이탈리아 로마에서 전화를 받은 조수미는 그 때를 떠올리며 "서덜랜드의 목소리·손짓·눈빛에 온 청중들이 빨려들어갔다"고 회상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LP보다 더 생생했다. 비단결 같은 목소리에 숨을 제대로 못 쉴 정도였다. 저 무대에 내가 오른다면… 그 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 클래식을 공부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그 시절 조수미'의 입장이 된다. 조수미가 5월11일 오후 6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에서 펼치는 '마이 드림(My Dream)…뮤직(Music)!'을 통해 그녀의 무대를 좀 더 가까이서 엿볼 수 있다.

부제가 '클래식 전공 학생을 위한 초대 공연'이다. 클래식 음악·성악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세계 무대에 나가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무료 공연으로 전석 초대다.

천하의 조수미라도 한국 클래식 공연장의 상징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500석을 전부 무료로 내주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왕 선물하는 거 '큰 선물'을 하고 싶었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선물은 유효해야 한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쓸모가 없으면 안 된다. 선물을 할 때 '어디서 얼마에 사셨어요'라는 소리를 듣기 싫었다. 솔직히 부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콘서트는 그 부분을 감당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여성적으로만 생각하시는데 통 큰 남성적인 면모가 강하다.(웃음)"

바로크음악, 오페라, 한국가곡, 현대곡 등 성악전공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배우는 곡과 잘 알려진 예술가곡 중심으로 조수미가 직접 선곡했다. "세계의 음악 스타일을 한번에 듣고 비교했으면 했다. 학생들이 음악을 하면서 꼭 배워야 하는 곡들이다. 신경을 써서 선곡했다."

조수미는 14일부터 3일 간 모교인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오페라와 벨칸토 창법 수업을 진행했다. 이 학교를 졸업한 지 30년 만이다.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된 선배의 방문에 현지 후배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신기했다.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동양인이 학생들을 가르치니. 미국이나 유럽 사람이 한국에서 국악을 가르치는 것과 같지 않은가.(웃음)"

학생 10명을 지도한 조수미는 자신도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겸손해했다. "나는 인내심이 약하다. 그런데 학생이 계속 실수를 해도 (화가 나지 않고) '어머니의 마음'이 되더라. 학생을 토닥거리는 저를 보고 스스로 놀랐다. 그간 모르고 살았던 제 모습이었으니까."

무엇보다 학생들이 애를 먹는 부분과 그 이유를 짚어주니 고마워하더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나도 거쳐온 과정이다. 내가 학생시절엔 아시아인이 나 혼자뿐이었다. 오페라 본고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모든 걸 스스로 찾아서 해야 했다. 그런 부분들이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 도움이 많이 됐다."

5월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도 나서는 조수미는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재미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콘서트할 때는 젊은 성악가들, 음반을 만들 때는 한국의 젊은 작곡가들과도 작업을 많이 했다. 한국 사람들끼리만 어울린다고 볼 수 있지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조수미는 세계적인 거장 카라얀에게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찬사를 들으며 발탁된 이후 6개의 유명 국제음악콩쿠르 1위 석권, 아시아인 최초 세계 5대 오페라 극장 프리마돈나 등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자신은 '운이 좋았다'며 젊은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자기보다 좀 더 쉽게 길을 찾아갔으면 했다.

음악을 하는 젊은이들은 "혼자 만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음악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신이 주신 선물이라며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그런 점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음악 하는 학생들은 모든 걸 단숨에 이루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음악 뿐 아니라 모든 예술이 고통과 외로움 없이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기 어렵다. 역경을 겪지 않은 예술은 감동을 주기 힘들다. 좌절도 겪겠지만 음악을 한다는 자체가, 빛을 내는 작업이라 자기 자신을 통해서 사회가 밝아질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긍정했다.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조금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노력으로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는 세계가 음악이다.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철저히 믿고 큰 꿈을 꾸면서 인생을 음악에 한번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이번 무대는 그런 기회를 거머쥘 절호의 찬스다.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비니쉔코, 바이올리니스트 안나 페도토바가 협연한다. 클래식 전공자(예고·음대에 재학 중인 학생)와 어려운 환경에서 클래식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우선 초대한다. 조수미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opranosumijo) 을 통해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은 26일까지이며 최종 참석자는 29일 공지한다. SMI엔터테인먼트. 02-3461-0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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