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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대학로에는 항상 '우동 한 그릇'이 있다 ~!
[공연] 대학로에는 항상 '우동 한 그릇'이 있다 ~!
  • 심지유 기자
  • 승인 2008.09.10 0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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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쿠바리', 상인이 전하는 따뜻한 마음

▲     © 한강타임즈

대학로에서 몇 년 째 조용한 관객몰이를 하는 작품인 김동수 컴퍼니의 ‘우동 한 그릇’은 지난 2003년 ‘소설 보여주기’라는 생소한 콘셉트를 가지고 시작됐다. 이에 끊임없이 진화하여 대학로에서는 2년 이상 장기 공연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기에 의의가 깊은 ‘우동 한 그릇’이 오는 23일부터 대학로 김동수 플레이 하우스에서 20차, 막이 오른다.

특히 이번 20차 ‘우동 한 그릇’은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김광석의 라이브 연주와 한 층 더 깊어진 배우들의 연기로 가을 문턱에 서있는 관객들의 눈물을 훔칠 예정이다. 또한 모든 희곡은 배우들의 대사와 지문으로만 구성이 되어있는 반면, ‘우동 한 그릇’은 소설을 읽어주는 ‘Fiction Live'라는 형태에다 연극적 행위를 보탠 ’소설 보여주기‘라는 생소할 수 있는 장르로 관객에게 접근하며 기존 공연 형식의 틀을 과감히 벗어버렸다. 장르의 생소함과 섬세한 연출의 터치, 배우들의 연기는 묘하게 어우러져 관객을 웃고, 울리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이 이야기는 ‘북해정’이라는 작은 우동집에서 시작이 되는데, 해마다 12월 마지막 날이 되면 손님들로 붐빈다. 가게가 문을 닫을 무렵 그곳에 남루한 차림의 세모자가 들어와서 단 한 그릇의 우동으로 배를 채우고 간다. 그 후에도 12월 마지막 날이 되면 세모자는 ‘북해정’을 찾고, 다정하고 따뜻한 그들의 모습에 주인은 보이지 않는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우동 한 그릇’은 ‘한 그릇의 메밀국수’란 원제의 우리나라 번역판으로 잔잔한 감동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상인 정신’을 배울 수 있다. 한 그릇을 주문한 세모자에게 주인은 ‘반덩이’의 우동을 얹어 준다. 왜 하필 ‘반덩이’일까. 이것이 일본의 ‘상인정신’으로써 상도(商道)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인정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손님을 배려하는 상인의 마음은 일본의 ‘기쿠바리’라고 할 수 있는 데, 이것을 우리말로 하자면 ‘배려’에 가깝고 실질적인 뉘앙스로는 ‘눈치’에 가까운 말이다. 이 눈치라는 말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손님에게 물건을 팔 때의 서비스 정신 그리고 물건을 만드는 장인이 그것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쿠바리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150석 남짓 되는 소극장에서 공연 되어 온 ‘우동 한 그릇’은 15만 명 이상의 관객과 눈을 맞추며 공연을 10번 이상 관람하는 ‘우동 마니아’도 많이 생겼다. 이제는 대학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우동 한 그릇’은 관객들의 요구로 장기공연을 계속 이어가는데 유명하다. 이렇듯 ‘우동 한 그릇’은 어려웠던 때를 기억하고 그 기억이 새 힘을 얻게 해주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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