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이희호 대화 진위 논란에서 도덕적 논란으로 전환

이희호 안철수 녹취록 진실공방 종지부 찍었지만 ‘논란’

[한강타임즈 = 박귀성 기자] 안철수 의원이 주장한 ‘이희호 여사가 꼭 정권교체하시라’고 언급했다는 내용을 두고 문재인 대표의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사이에 공방이 계속되면서, 안철수 의원이 지난 4일 이희호 여사 예방 당시 나눈 비공개 녹취록이 공개돼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시사 월간지 ‘월간중앙’이 25일 당시 안철수 의원이 이희호 여사를 찾아가 20여분간 대화를 나눈 내용의 일부 녹취록을 전격 공개하자, 그간에는 “이희로 여사가 진짜 그런 발언을 했느냐”는 안철수 의원의 발언에 대한 진위성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논란이, 이번에는 “꼭 그렇게 했어야 했느냐”는 정치 혐오 조장성 논란으로 변했다.

안철수 의원 측은 당시 이희호 여사와의 회동이 있은 직후 “이번 비공개면담에서 이희호 여사께서 안철수 의원에게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라고 덕담을 하셨다”고 안철수 의원의 예방 당시 대화 내용을 전했다.

▲ 안철수 의원이 지난 1월 4일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이날 두 사람이 대화한 내용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사월간지 '월간중앙'이 25일 대화 녹취록 일부를 전격 공개해 또다른 파문을 낳게 됐다.

안철수 의원은 이어 지난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도 다시 “내년 대통령 선거에 꼭 정권교체 성공하겠다는 말씀을 드리자 여사님께서는 예전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도 안타까웠다는 말씀하시며 이번에는 정권교체를 꼭 이루어서 서민, 중산층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안철수 의원과 이희호 여사의 대화가 마치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행보를 이희호 여사가 지지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날 ‘월간중앙’이 전격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안철수 의원측의 주장을 완전히 증명할 수는 없다.

안철수 의원이 “꼭 건강하셔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꼭 정권교체가 되도록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하자, 이희호 여사가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해, 일종의 덕담 수준을 언급했을 뿐이다.

월간중앙 역시 “녹취록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안철수 의원과 이희호 여사의 대화에서 단정적인 표현은 발견하기 어렵다. 자연히 해석의 여지가 생긴다”면서 “안철수 의원의 당초 주장에 따르면 기존에 이뤄졌던 덕담 수준의 발언을 과장해서 해석한 면도 보인다”고 해석했다.

월간중앙은 다시 “이희호 여사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덕담으로 읽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용기를 북돋게 하기 충분했다”며 “호남지역에 대한 이희호 여사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반증과 함께,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역시 호남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해프닝이었다”고 평했다.

아무튼 안철수 의원이 발언한 “꼭 정권교체 하겠습니다”에 이희호 여사는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 화답한 대목은 들어있다. 언어란 꼭이 필요한 단어를 전부 사용해서 문장을 구성해야만 뜻이 완벽하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즉, 시적 표현도 은유, 직유 등의 비유도, 상황에 따른 함축이나 손짓 발짓 얼굴 표정으로 표현하는 보디랭귀지 등 표현 전달의 방식은 매우 다양할 수 있기에, 그 전달하는 의미의 해석은 당사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안철수 의원과 이희호 여사의 대화 진위 논란이 잦아든 반면, 이번에는 과연 “녹취록 비공개 녹음을 해야 했느냐, 또 논란이 있다고 해서 공개를 해야 했느냐”는 ‘정치적 처신’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기 시작했다. 논란의 핵심 내용이 달라진 것이다.

진보성향의 패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안철수 의원측에서 이희호 여사 면담한 거 녹음을 했나 봅니다. 녹취록을 깠네요”라며 “‘정권교체 하겠다’는 안철수의 말에 ‘그러세요’라고 의레적 대꾸를 한 것을 부풀려 자기를 지지했다고 발표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녹음은 이희호 여사 허락 받고 한 걸까요?”라고 꼬집었다.

진중권 교수는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런 면담을 녹음하는 게 일반적 관행인가요?”라고 반문하고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정치적 활용을 염두에 두고 녹음을 한 것일 테고, 설사 관행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범법 내지 부도덕에 해당한다고 봅니다”라고 비공개 녹음 행위와 언론 공개 사실에 대한 행태에 대해 날선 지적과 비판을 가했다.

진중권 교수는 이에 더 나아가 “또 하나 궁금한 것은 안철수 측에선 왜 이걸 공개했을까 하는 겁니다. 녹취록을 읽어 보면 자기들이 이희호 여사의 발언이라고 큰 따옴표 붙여 발표한 게 실은 안철수 자신의 발언이고, 이희호 여사의 발언은 ‘그러세요’ 한 마디뿐”이라면서 “녹취록 읽어 봐야 ‘와, 저 발언을 저렇게 뻥튀길 수 있구나’하는 생각만 들거든요. 자기들이 상황을 어떻게 왜곡했는지 스스로 폭로할 일은 없잖아요. 근데 왜 그랬을까요?”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중권 교수가 특히 “급한 것은 알겠는데, 대화 내용을 허락없이 녹음하여 공개하는 것은 무례함은 물론이고 불법의 소지까지 있는 부도덕한 행태로 보입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언급한 대목은 일반인들로 하여금 정치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아래는 ‘월간중앙’이 공개한 안철수 의원이 1월 4일 이희호 여사를 방문한 녹취록 일부다.
---------------------

안철수 의원 : 제가 최연소 30대에 그때 대통령님 뵙고 인사드렸습니다.

○○대의회 위원으로 참가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말씀 듣고 국가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을 30대 때부터 깊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만들고 싶었던 정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그것이 정말 가슴에 저는 와 닿습니다. 진심으로 꼭 만들겠다고 여사님께 약속 드리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 20년 전 말씀이신데, 지금 2016년 필요한 것을 20년 전에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이루겠습니다.

이희호 여사 : 이 모과가 앞에 있는 모과를 따서 만든 겁니다.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모과나무를 참 좋아하셨습니다.

안철수 : 꼭 건강하셔서...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꼭 정권교체가 되도록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입니다.

이희호 : 꼭 그렇게 하세요.

안철수 : 꼭 건강하셔서 함께 그 광경 지켜보시면서 조언도 해주시고….

이희호 : 지금 (아프신) 핑계 김에 밖을 한 번도 안 나가십니다. 오히려 신체적으로 좀 무리가 났지. 감기라든지 독감이라든지 이런 계통이기 때문에, 그래서 일정도 실상은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 모시는 일 하나 외에는 없습니다.

제가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정권에 계셨을 때는 관저에 있었습니다. 그때도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오셔서 저희 비서관들하고 의견을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당신께서 수용을 하시면 그 자리에서 한번 그 길로 가보지 하시고, 저희들하고 의견이 다르시면 ‘내 생각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시 한 번 하문하시고 그런 것을 많이 봤습니다.

주제넘고 외람된 말씀입니다마는 결정을 하는 과정이 조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이렇게 해서 결정을 하고 대표님(안철수 의원)께서는 제일 마지막에 무엇이든지 결정을 할 때 대표님(안철수 의원)께서 말씀을 하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감히 말씀 드립니다.

안철수 : 이번에 김성태 박사님, 김대중 대통령께서 지향하시는 방향과 정신에 대해서 정리를 세 장 정도를 (정리)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로 전날 제가 새로운 당이 나갈 방향과 거의 맞았습니다. 표현만 조금 달랐습니다. (소음)

김근식 교수도 저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학순, 김근식 교수님과 함께 이렇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대북정책 쪽은 가지고 갈 겁니다.

이희호 : 사모님 덕담 한마디….(소음)

안철수 : 치료에 보태 쓰시라고 여기 놔두고 가겠습니다.(소음)

이희호 : 바쁘신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철수 :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