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종인 안철수 정동영, 야당 정체성이 사라졌다

문재인 영입 정치초짜 20여명 김종인 “내가 뭘로 먹여 살려?”

[한강타임즈 = 박귀성 기자]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현 비대위 대표간 기싸움 양상이 팽팽한 더불어민주당에선 당의 정체성을 흔들 발언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주도했던 김현종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영입돼 “대안이 있다면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해 그간 햇볕정책과 개성공단 설립 성공을 자긍심으로 삼고 있었던 야당 정통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지난 18일 저녁 늦게까지 정동영 전 의원이 칩거 중인 전북 순창군 복흥면 복흥산방을 찾아 정동영 전 의원을 설득하는데 성공해 전북에 든든한 지지기반을 구축했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선대위 대표가 19일 오전 연석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가운데 이종걸 원내대표가 여야 쟁점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중심으로 좌우로 비대위 선대위 위원들이 앉아 있다.

물론 정동영 전 의원의 ‘입당’은 일단 호남의 지지층 기반 굳건히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동영 전 의원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인 ‘햇볕정책’의 산물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는 이야기가 심각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해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이어진 햇볕정책은 야성(野性)의 근간이다.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이상돈 교수와 정동영 전 의원이 같은 당에서 한솥밥을 먹어야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김종인 안철수 정동영 등 야권 인사들의 이동과 세력 이합집산이 전국 패권을 놓고 춘추전국을 형성하듯 최근 불붙은 야권 새로운 인재 영입 경쟁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역기능으로 야권 정체성 논란과 정책 충돌, 인사 참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적통 문재인 전 대표와 국보위 논란의 김종인 현 대표, 기업가 출신 중도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 야당의 이반자 정동영, 한상진, 이택돈, 조응천 등등 적지 않은 인사들이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고 이들의 사이에 두고 세력간 내부적 기싸움 또한 팽팽한 평행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에서 김종인으로 체제가 이양되는 과정에서 영입된 ‘뉴페이스’들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비롯 야당 적통을 이어갈 진보성향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정체성을 의심받을 만한 인사들이 적지 않게 영입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조차도 그간 당에서 애써 유지해왔던 ‘야당 기조’를 흔드는 발언이 심심치 않게 쏟아내 정체성에 있어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김종인 대표 체제와 문제인 전 대표 체제가 당권을 이양하는 과정에서 영입한 ‘새로운 수혈’도 문제가 됐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김병관 전 웹젠 의장 등 세칭 ‘문재인 인재영입’ 인사 20여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들 대부분 당 공천후보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인사들이다. 즉, 별도의 정치적 행보를 갖추지 않고 스스로 갖추지도 못하는 ‘정치초짜’들이 대부분인 셈이다.

김종인 대표가 고민하는 대목 가운데 하나는 오랜 기간 당원으로서 활동한 인사는 나름대로 가꾼 정치적 토대가 있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 정계에 진출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지만, 영입인사들은 당의 ‘전략공천’이라면 모를까? 총선에 대해 전혀 준비도 없고 준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종인 대표는 오찬에서 “지금 시간도 없고 당에서 일일이 못 챙겨준다. 알아서 선호하는 지역에 가서 먼저 뛰고 있어라. 이후에 당이 챙겨주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대표 역시 자신이 일구어놓은 텃밭이나 계파가 없는 상황에서 20여명이나 되는 ‘입’을 채울 수 있는 먹거리가 없는 것이다.

오찬장은 얼음장으로 변했다. 이들은 김종인 대표의 말에 “당이 가라면 험지라도 갈 생각이었다. 저렇게 퉁명스럽게 말씀하시니 할 말이 없었다. 밥맛이 없어 식사도 안 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뭐가 되느냐”는 등의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60년 야당 정통성을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 지역구에는 이미 총선 경선에 나서기 위해 수년 수십년씩 몸집을 가꾼 인재들이 저마다 지역구 터주대감을 자처하고 있다. 어디 가서 무엇을 하란 말인가? 갑갑할 노릇이다.

김종인 대표 결국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했던 인사들 ‘먹거리’ 관련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들의 영입관련 사전 약속을 점검했다. 김종인 대표가 “(영입한) 사람들에게 (공천같은 것을 별도로) 약속한 게 있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표는 이에 “어떤 것도 약속하지 않았고, 조건 없이 당을 돕기로 한 분들”이라고 대답한 모양이다.

김종인 대표의 야당 정체성도 문제지만 이렇듯 총선을 겨냥한 당내 인물 구성도 문제가 된다. 새로운 인재영입이라는 이벤트는 화려했다. 그리고 이벤트를 기획한 감독은 박수를 잔뜩 받고 떠났다. 먹거리를 장만해서 일을 해야 할 가장 김종인 대표의 호주머니는 텅 비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이날 영입된 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주도한 김현종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다. 당내외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당의 정체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입당 소감에서 ‘대뜸’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사태와 관련, “대안이 있다면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같은당 신정훈 의원은 19일 논평을 내고 김현종 전 본부장이 FTA 추진 결과로 초래된 국내 농업의 피폐와 농민 삶이 무너졌다며 “김현종 전 본부장의 FTA 추진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시장개방정책을 옹호하고 나선점에 대해 유감을 금할 수 없다”면서 “FTA 추진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한 점, 농업을 비롯한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던 점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은 “김현종 전 본부장의 영입으로 앞으로 우리당이 메가 FTA로 불리는 TPP를 비롯한 개방정책에 있어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적극적 FTA 추진론자인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으로 인한 당 정체성 혼란과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책임 있는 견해와 당 차원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