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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필리버스터 100시간, 집단지성이 형성되는 과정”
이종걸 “필리버스터 100시간, 집단지성이 형성되는 과정”
  • 박귀성 기자
  • 승인 2016.02.28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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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 박귀성 기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 주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자유토론 형식으로 의사일정을 합법적으로 방해하는 것)가 100시간을 돌파하자 성명을 내고 이는 “의회민주주의 새로운 역사를 쓴 필리버스터 100시간”이라고 자평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진선미 의원이 27일 오후 4시 20분경부터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정청래 의원으로부터 넘겨받은 필리버스터 바통을 이어가 이날 저녁 자정쯤 100시간을 돌파하자 성명을 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인터넷과 방송으로 정치인과 국민이 상호작용하면서 오만방자한 박근혜 정권과 그 도구인 국정원의 실체를 규명해나가는 진실발견의 과정”이라면서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확산시키는 정치적 계몽운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이종걸 원내대표가 27일 저녁 성명서를 발표하고 필리버스터 100시간에 의회민주주의 역사를 새롭게 쓴 쾌거였다고 자평했다. 사진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2월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때 당시의 모습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다시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 당 의원님들의 무제한 토론을 지켜보면서 국민 여러분들은 우리 당을 재평가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100시간, 의회민주주의의 역사 새로 쓴 것이고,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내용들을 축적해가는 집단지성이 형성되는 과정”이라면서 “국민들 우리당 재평가 했다”

아래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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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민주주의 새로운 역사를 쓴 필리버스터 100시간”

2월 23일 오후 7시5분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가 100시간을 돌파했습니다. 참여하시는 의원님들도, 지켜보시는 국민들도, 보도하는 언론들도 지칠 법도 하건만, 관심과 열기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할 때는 이렇게 호응을 받을 줄 몰랐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서 남다른 감회를 느끼고 있습니다.
 
필리버스터를 시도하기로 결심하던 2월 23일의 그 순간이 떠오릅니다. 국회의장과 여야 당대표의 3자 회동에서 국회의 선거구 획정안을 타결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낸다는 소식에 한 시름 놓은 것도 잠시였습니다. 오전 9시 30분 경이었습니다. 국회의장께서 전화를 걸어와 새누리당의 이른바 ‘테러방지법’을 갑자기 직권상정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평소의 부드럽고 의견을 구하시는 듯한 어조와는 다른 단호한 통고였습니다.
 
몇 차례의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북한인권법의 상임위 통과와 선거구 획정을 당대표간 정치적 타결을 한 후 이후에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과 우리당의 위해행위금지법을 같이 논의하기로 한 약속에 갑작스런 폭탄같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장께서 그동안 새누리당의 직권상정 압력에 굳건하게 버텨주셨던 데다가, 직권상정을 결정할만한 특별한 정세 변화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예상치 못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방침의 천명에 당황했습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입장을 바꾸신 것일까? 하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는 시간이 있으니까 만나 뵙고 설득을 드리면 직권상정 방침을 유보하실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의장님의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않아 불안 했습니다.
 
원내 당직자들과 회의를 하였습니다. 의장이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겠다고 통보했다는 사실을 알리니 참석자들은 다들 당황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한다면 국회 운영의 파행도 불사하겠다는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의장님이 직권상정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본회의장에서 몸싸움을 하고, 단상을 점거해서 강제로 법안 처리를 저지한다는 방안은 전혀 검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을 강조해 온 우리 당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정치적 자멸행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뭔가 과거와는 다른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가 필리버스터에 관한 규정인 국회법 106조의2가 떠올랐습니다. 사문화되다시피한 필리버스터 제도가 떠오른 것은 아마도 제가 원내대표로서 정부•여당과 가장 최선봉에서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 정권이 점점 독재를 강화하고 입법부를 무시하는 것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부친을 담는다는 생각에 박정희 시대를 다시 공부했었습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의원 시절에 박정희 정권의 폭주에 항거하기 위해서 시도했던 필리버스터에 대한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것입니다. 제가 필리버스터에 대한 생각을 복안으로 간직하고 마지막으로 의장 접촉을 시도하려고 할 때 TV 화면에는 의장이 직권상정을 결정했다는 자막이 떴습니다.

오후 2시경부터 의원총회를 시작하고, 직권상정으로 올라올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에 대해서 무제한 토론을 걸자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저의 제안에 의원님들의 현실적인 우려가 많았습니다. 의원들의 준비가 부족한 채로 나가면 국민들에게 오히려 실망을 줄 수 있다. 언론환경이 불리한 상황에서 장시간 발언하다보면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은데, 2시간 발언하면 종편 뉴스 프로그램에 1주일치 공격감을 제공할 것이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저도 비슷한 걱정을 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이지만 의총 당시에는 필리버스터 제도와 그 폭발력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우리 스스로 의원들의 능력을 불신했던 측면도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이 민주주의와 인권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독소조항이 많은 법임이 분명하고, 국민들은 그 사실을 아직 잘모르기 때문에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무제한 토론을 결정했습니다. 저는 저의 정치적 운명을 걸었다는 비장한 심경이었습니다.
그렇게 결행된 무제한 토론이 100시간이 경과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서 남다른 감회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 여당과의 첨예한 대치 정국이 장기화되고, 당내 갈등이 계속 생기면서 동료 의원님들의 의정 활동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너무 죄송했습니다. 그렇지만 필리버스터가 의원님들이 그동안 쌓으셨던 내공을 직접 펼쳐 보여주실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제가 백분지 일이라도 마음의 빚을 덜게 되었습니다.

우리 당과 지지자들께도 조금은 면목이 서게 되었습니다. 우리 당은 지난 몇 달 동안 분열과 갈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자들을 실망시켰고,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 당 의원님들의 무제한 토론을 지켜보면서 국민 여러분들은 우리 당을 재평가하고 있습니다. 토론에 참가하신 의원님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지지도 높아졌습니다.
 
우리 당이 제340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시작한 새누리당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제거를 위한 디톡스 필리버스터입니다.

그것은 진정한 참여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의사를 개진하는 ‘양방향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만들고 있습니다. 토론이 중심이 되는 의회민주주의의 진수를 자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대중과 정치를 가깝게 하는 새로운 정치실험입니다.

그것은 또한 인터넷과 방송으로 정치인과 국민이 상호작용하면서 오만방자한 박근혜 정권과 그 도구인 국정원의 실체를 규명해나가는 진실발견의 과정입니다.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확산시키는 정치적 계몽운동입니다.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내용들을 축적해가는 집단지성이 형성되는 과정입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의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2016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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