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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낙천과 유승민의 반전드라마 제작자는 ‘친박계’
이재만 낙천과 유승민의 반전드라마 제작자는 ‘친박계’
  • 박귀성 기자
  • 승인 2016.03.26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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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유승민 극적 반전은 ‘시나리오 없는 정쟁’의 결과

[한강타임즈 = 박귀성 기자]지난 23일만해도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위치였다. 또한 새누리당 내에선 친박 세력이 장악한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와 최고위원회의 두 조직 모두 유승민 의원에게 ‘자진해서 걸어나가라’면서 고사작전으로 시간끌기에 돌입했다. 즉, 이재만 공천을 위해 유승민 의원을 자진 탈당으로 ‘콕’ 찍어내려다 돌발적인 김무성 대표의 신의 한 수인 ‘옥새 투쟁’에 의해 무공천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진박 이재만 후보는 공천이 좌절돼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의 경우 시한에 쫓긴 마지막 순간까지 당의 선처(공천)을 기다리다 눈물을 머금고 무소속 출마를 하기 위해 눈물의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이재만 후보는 그간 대구 동구을 지역에서 예비후보로 뛰면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유승민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할 사람이 바로 저 이재만”이라면서 지지를 호소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코드를 맞췄다.

▲ 유승민 이재만 번전을 발표하고 있는 황진하 사무총장.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이날 중앙당사에서 진통속에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기자단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도 찍어내려던 친박계에게 김무성 대표는 신묘한 수를 하나 보여줬다. 24일 공천 날인을 해야할 ‘옥새’를 쥐고 부산 지역구로 내려간 것이다. 친박계는 은통 난리가 났다. 끝내 별다른 묘수가 없었던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의 ‘신의 한 수’에 넋이 나가기 직전이었다. 시간적으로 너무나 촉박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승민 이재만 두 후보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이 최종적으로 무공천으로 결론나면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로 낙점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는 중앙 정치로의 길이 좌절되고 말았다.

반면 경쟁자가 사라진 유승민 의원은 20대 국회에 사실상 ‘무혈입성’하게 됐다. 비록 더민주 등 2명의 후보가 대구 동구을에 후보 등록을 했지만 유승민 의원의 지지기반과 그간의 성과에 비하면 20대 총선은 압도적인 우세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한구 위원장의 ‘알아서 나가는 게, 그게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비아녕 섞인 수모를 당한 유승민 의원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반전에 또 반전이었다. 반면, 이재만 후보는 ‘다 된 밥’이라면서 본선 몸풀기에 나서려다 이재만 자신도 믿기 힘든 날벼락 중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결국 유승민 이재만의 반전 스토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늘 칭찬하는 ‘진실한 사람들’로 분류되는 친박들이 일등 공신 작가가 됐다. 또한 이 반전 스토리의 중심에는 역시 김무성 대표의 ‘신의 옥새 한 수’가 친박 절명의 급소를 깊숙이 찔렀다.

김무성 대표는 후보등록 시작일인 24일 오후 2시 30분경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와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등 그간 친박세력이 눈독을 들이고 자기사람을 꽂으려는 5곳에 대해 무공천을 선언하고, 모든 비난을 감내하겠다며 부산으로 줄행랑을 놨다. 밀리고 밀린, 당 공천심사기간 내내 인내하고 인내한, 감내하고 감내한 김무성 대표가 공천심사 종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펼친 그야말로 승부수였다.

유승민 이재만 만전으로, 김무성 대표는 이날 협상에서 최종적으로 5곳 중 무공천을 절반 밖에 실현하진 못했지만 일단 유승민 의원이 이재만 전 후보와 반전된 성과를 얻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공천 배제의 핵심인물로 꼽혔던 유승민·이재오 의원을 모두 살려내고도 원조 친박 내지 진박으로 불리는 이재만과 류재길 유영하 후보(서울 송파을)는 출마를 원천 봉쇄해버렸다.

이재만 후보만 날벼락을 맞은 게 아니다. 이번 공천에서 ‘미완의 성공’이라고 쾌재를 부르며 일찍이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었던 친박계로서는 그야말로 날벼락 중에 상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다. 고사 작전을 통해 유승민 의원을 자진 탈당으로 몰고 찍어내기에 성공했는데, 느닷없는 ‘신의 한 수’가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리고 친박계가 외려 강하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 또한 크게 그르쳤을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다.

친박계는 이날 김무성 대표가 상경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난 무공천 결론에 대해 크게 낙심하는 모양새다. 이재만 후보는 급거 상경 새누리당 중앙당사 유리문을 두들기며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고,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가 끝난 뒤 ‘무공천 결정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상황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해, 실망적이고 충격인 협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유승민 의원은 터보엔진을 달았다. 반면 이재만 후보는 날개가 꺾여 추락했다. 유승민 의원이 큰 경쟁자 없이 총선을 치르게 되면서 무혈입성과 함께 비박계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의원들의 지역에도 파급력이 만만치 않게 작용할 전망이다.

유승민 의원이 무혈입성의 여유가 생기면서 측근인 대구 동갑의 류성걸 의원과 대구 북갑의 권은희 의원의 선거지원도 가능할 것이고, 조해진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과의 무소속 연대에도 한층 탄력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이 이재만 유승민 운명을 반전시킨 일등공신이다. 김무성 신의 한 수 또한 김무성 대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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