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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블랙리스트,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를 30년 되돌려놓은 것"
유진룡 "블랙리스트,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를 30년 되돌려놓은 것"
  • 안병욱 기자
  • 승인 2017.01.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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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강타임즈]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3일 "박근혜 대통령에 블랙리스트에 대해 말씀드렸었지만 (박 대통령은) 그에 대해 묵묵부답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5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해 "이 정부에서 책임을 맡고 있던 사람으로서 국민들께 면목없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서면이나 대면보고를 받은 정황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드리기 곤란하다"면서도 "(블랙리스트 관련) 2014년 1월29일 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씀드린 적 있고 2014년 7월9일 제가 나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한번 더 말씀드렸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특검에 출석하면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에 가까운 소회를 밝혔다.

그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조직적으로 차별한 행위는 헌법가치를 훼손한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블랙리스트는 명단 자체가 어떤 형태를 갖고 있느냐, 몇명이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과연 그것이 있었냐 없었냐인데, 분명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블랙리스트 작성 행위는 김기춘 전 실장 등 정권이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차별, 배제하기 위해 정부 예산이나 제도 등 모든 공권력을 동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내가 생각하는 민주사회는 정부가 지원을 하면서까지 비판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그 비판을 기꺼이 받아들여서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데 반대로 자기들을 비판하는 세력을 조직적으로 핍박했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헌법가치 훼손 행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명단관리는 유신시대 이후 전두환 정권까지 있었는데 민주화 되면서 없어졌던 게 다시 생긴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를 30년 되돌려놓았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이번에 확실하게 관련자를 처벌하고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블랙리스트 존재를) 밝히게 됐다"며 "김기춘 전 실장의 구속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다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 등을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서울 강남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검 사무실로 참고인 신분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다음은 유 전 장관 심경 발표 전문과 일문일답.

"우선 이 정부에서 책임을 맡고 있던 사람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국민들께 면목없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김기춘 전 실장 구속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다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블랙리스트는 정부 예산이나 제도, 공공의 자산을 가지고 자기네들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핍박한 행위자체를 말한다. 명단 자체가 어떤 형태를 갖고 있느냐, 몇명 있느냐는 중요치 않다. 핵심은 과연 블랙리스트가 있었냐 없었냐다. 블랙리스트는 분명 있었고 제가 해외 가족여행을 떠나면서 굳이 CBS와 인터뷰 한 것은 리스트 유무에 대해 진실게임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기 위함이었다.

지금은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거의 없다. 유일하게 김기춘 전 실장 혼자 아직 없다고 하는 지 몰라도, 조윤선 전 장관도 있었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는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블랙리스트가 실재한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누가 만들었을까. 저와 동료, 후배들이 목격하고 경험하고 모든 정보를 취합해볼 때 그건 분명 김기춘 전 실장이 주도한 것이다. 김씨가 취임한 이후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수석회의라든가, 저한테도 그렇고 블랙리스트에 대한 행위를 수시로 지시하고 리스트 적용을 강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분명히 김 전 실장이 굉장히 큰 책임을 지고 있다 생각하고, 주도했다고 생각한다.

블랙리스트를 왜 만들었느냐. 일부에서는 사람들이 반체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런 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하는게 정당한거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블랙리스트는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 구체적으로는 자기네 정권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해 그 사람들에게 좌익이란 누명을 씌운 것이다. 때문에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블랙리스트 관리가 정당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실장을 비롯해 그 일을 주도한 사람들은 다들 자기는 모른다, 안했다고 한다. 그럼 그 일을 누가 했는지 그 사람들이 밝혀야할 의무가 있다. 저는 그 사람들이 굉장히 비겁하다고 본다.

정당했다고 자신한다면 지금이라도 인정해야한다. 토론을 하자면 저도 함께 토론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지금 다 도망가고 모른다, 안했다고만 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관리는 김기춘 전 실장 등 이 정권이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차별, 배제하기 위해 모든 공권력을 다 동원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민주적인 기본가치와 질서를 절대적으로 훼손한 것이라 생각한다.

저는 정부가 지원을 하면서까지 비판해달라고 부탁하고, 그 비판을 기꺼이 받아들여서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것이 민주사회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자기들 비판세력을 조직적으로 핍박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헌법가치 훼손행위라고 생각한다.

블랙리스트 관련해서 제가 여러분들께 한 두가지 사실 확인과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다. 하나는 제가 해외 가족여행을 가 있는 동안 조윤선 전 장관이 신현택 차관을 통해 저를 회유하려했다는 기사가 나온 바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굳이 얘기하면 그 반대다. 제가 여행가기 전에 조윤선 장관에게 블랙리스트 관련해 '이걸 솔직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블랙리스트 관련된 인사를 과감하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다' 등의 부탁을 신현택 차관을 통해 전했고 이걸 신 차관이 조 전 장관에게 부탁했다. 문자메시지가 압수된 스마트폰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특검에서 보기에는 조 전 장관이 저를 회유한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

제가 오랫동안 가족여행 준비하고 12월 중순에 떠나게 됐다. 특검 출범일이 가족여행 출발보다 뒤였다. 그래서 특검에 제가 가진 정보와 자료를 다 정리해서 드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문체부 현직 후배들을 설득해서 사실을 밝히기 위한 모든 자료를 제출했다.

김 전 실장이 구속되기까지의 과정에서 특검이 저희가 가지지 못했던 자료도 폭 넓게 수집을 했더라. 하지만 그 기본에는 문체부에서 핍박을 받으면서까지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했던 이 분들이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본다.

현직에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담당 직원들이 저를 만나 울면서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소신에 어긋나는 일을 시키면서 '생각하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할테니 니들은 시키는대로만 하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 그런 식으로 공무원을 모욕하고 핍박하던 사람들이 이제와서는 다들 나는 모른다고 하는 것이다. 모든 책임을 실무자들이 져야한다면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특검에도 그 부탁을 드릴 생각이다. 어쩔 수 없이, 강요에 의해 양심에 어긋난 짓을 하게 된 문체부 과장 이하 실무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면책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조 전 장관이 물러나고 송수근 차관이 대행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블랙리스트와 관련없는 문체부 간부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문체부 송 차관은 형식적으로는 관련 됐을 지라도 실질적으론 관련이 없고 책임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송 차관을 중심으로 문체부가 빨리 안정을 되찾고 할일을 할 수 있도록, 송 차관에 대한 의문은 거둬주고 좀 신뢰해서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

블랙리스트 중심으로 해서 거의 모든 권력기관이 이 사람들 사익을 위해 동원됐다. 검찰, 경찰, 세무서, 관세청, 감사원까지도 수단이 됐다. 이런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지혜를 모아서 공무원들이 자기 소신과 양심을 어겨가면서 영혼이 없은 공무원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 대통령 개입여부 알 수 있는 정황있나.

"그건 특검서 수사중인 부분이기 때문에 올라가서 확인해봐야할 것 같다. 김 전 실장이 구속된 배경에는 우선 김 전 실장과 관련된 많은 증거자료를 문체부에서 갖고 있었고 그게 제출됐다는 것. 두번째는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나온 것처럼 여러 자세한 내용들이 진실이라는 것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자료를 문체부 공무원 등 많은 사람들이 제공했다는 것. 그리고 그동안 특검에서 조사받았던 많은 전 청와대 수석들이 증언, 실토를 한 것 등이 김 전 실장이 구속되는데 상당히 많은 증거가 됐던 것으로 안다."

-문체부 직원 찍어내기에도 박 대통령이 관련 있다는 정황이 있는 건가.

"가령 노태강 국장의 경우 박 대통령이 일명 찍어내기를 지시했다는 헌재에서의 증언있었다. 그 다음 1급 공무원 3명을 찍어낸 것은 김 전 실장이 지시를 한 장본인이라고 알고 있다. 박 대통령과 관련 있는 지는 모르겠다."

-조 장관에 연락한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가.

"12월 초중순쯤 된 것 같다."

-답변이 왔나.

"제가 신현택 전 차관 통해서 조 전 장관에 블랙리스트 관련 인적청산 등을 잘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전달했다. 조 장관은 신현택 차관을 통해서 '잘 알겠다' 등의 답변을 했다. 블랙리스트를 알았다, 몰랐다는 대답은 없었고 뒷처리를 잘하겠다는 답변은 받았다."

-블랙리스트 폭로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

"저는 블랙리스트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부정부패를 얘기하는데 부정부패는 어느 정권이나 있었고, 없어야겠지만 앞으로 어떤 정권에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블랙리스트는 헌법가치를 조직적으로 훼손한 범죄행위기 때문에 반드시 없어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제 생각으론 유신시대 이후 전두환 정권까지 이러한 명단 관리가 있었다. 이후 민주화되면서 없어졌다. 그런데 이게 다시 생긴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를 30년을 되돌려놓은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는 계속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확실하게 관련자 처벌하고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관련자들이 다 부인을 하니까 제가 확실하게 얘기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 전 실장이 지시할 때 대통령 관심사항이라고 언급한 적 있나

"그런 적은 없는 걸로 안다."

-김종 전 차관이 김 전 실장에게 직보한 거 알고 있나.

"하나하나 건에 대해선 몰랐고 여러 정황에 대해선 짐작하고 있었다. 김 전 실장과 제가 블랙리스트 등등 워낙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에 계속 부딪혔었다. 김 전 차관이 이상한 행동 할 때마다 뭔가 배경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관련 서면이나 대면보고 받은 정황이 있나.

"그건 답변드리기가 저로썬 곤란하다. 저는 블랙리스트란 명단 이전에 차별과 배제 행위가 계속 이뤄지는 상황에서 2014년 1월29일 박 대통령에게 "저한테 약속한 것처럼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씀드린 적 있다. 또 2014년 7월9일로 기억하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 이런 일들이 확대되던 중 제가 나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한번 더 말씀드렸고 (대통령은) 그에 대해 묵묵부답한 적 있다."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하면서까지 참을 수 밖에 없었던, 견딜 수 밖에 없었던 문체부 직원들에 대해 아량을 갖고 봐주면 좋겠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몇몇 부화뇌동 하는 사람들 빼고는 잘하고 있다고 본다. 그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대한민국 앞으로 굉장히 많은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 본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