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北 첫 공식 입장 "김정남 자연사 한것"...'외교 치외법권' 여론전
北 첫 공식 입장 "김정남 자연사 한것"...'외교 치외법권' 여론전
  • 이춘근 기자
  • 승인 2017.02.23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강타임즈]북한이 김정남 피살 사건 열흘 만에 첫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피살 사건 이후 말레이시아 현지 대사를 통해서만 대응해왔으나, 북한 외교관까지 용의자로 지목되자 여론이 불리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23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산하 비상설기구로 알려진 조선법률가위원회를 앞세워 "외교여권 소지자인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동시에, '김철'이라고 알려진 북한 공민이 외교여권을 소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빈 협약에 따라 피살자가 '치외법권' 대상인 만큼 시신 부검부터 수사까지 모든 과정이 부당하다는 점을 따지고 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회는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빈협약에 따라 치외법권 대상자인 피해자를 부검하는 것은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라고 비난했다. 나아가 이번 사건을 한국 정부가 자국 내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꾸민 음모라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이후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두 번의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북한 외교관과 고려항공 직원 등을 용의자로 지목하자, 오히려 말레이시아와 한국 정부의 정치적 음모론이라고 왜곡하며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것이다. 미국 의회에서 추진하는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논의를 정치적 '모략 소동'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벌어진 김정남(왼쪽) 암살 사건은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향한 국제적인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1년 5월4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베이징행 여객기에 탑승하기 전 김정남과 작년 5월9일 평양에서 회의에 참석한 김정은의 모습.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당국은 이번 사건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며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사건을 미제 사건으로 남기려는 전략을 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공식 대응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비상설조직인 법률가위원회가 담화를 냈다는 것은 우선적으로 법적인 측면을 부각하면서 향후 추이를 보겠다는 의도"라며 "우선은 북한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는 식의 명분을 확보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북한은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의 부검 결과 발표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될 경우 외무성 등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북한이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연장 선상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의 동의 없이 자체적으로 현지에 법률 대표단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