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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당신이 보고 싶다...성공한 대통령 뒤 다시 찾겠다"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당신이 보고 싶다...성공한 대통령 뒤 다시 찾겠다"
  • 안병욱 기자
  • 승인 2017.05.23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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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안병욱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인 23일 추모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특별한 인사를 건넸다. 이날 추도사는 '대통령 문재인'으로의 정제된 언어가 아닌 '인간 문재인'으로 남긴 친구를 그리는 향수(鄕愁)에 가까웠다.

문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엄수된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매년 참석해왔지만 추도사를 직접 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거 8주기 공식 추도사는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맡았고, 문 대통령은 인사말 형태를 빌렸다. 공식 식순 말미, 유족 인사말 바로 직전에 단상에 올랐다. 정부 주관이 아닌 노무현재단 주관의 행사에 참석한 자리였던 것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7주기 추모식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분향하고 있다.

5·18기념사가 정치 언어로 쓰인 거대 담론이었다면 이날 추도사는 대부분이 감성 언어로 채워진 편지글과 유사했다. A4용지 2장 분량에 적힌 인사말은 친구이자 동지였던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말로 채워졌고 깊은 울림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제가 대선 때 했던 약속,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서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로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고 할 것 같다"며 "애틋한 추모의 마음이 많이 가실만큼 세월이 흘러도 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이름을 부른다"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아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됐다"며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을 그린 향수로 시작한 추도사는 노무현 정신을 지나 새 정부를 시작하는 문 대통령의 제언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신이 그립고 보고 싶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동안 노 전 대통령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국정 비전을 언급하며 개혁의 의지를 보인 부분 정도가 이날 추도사 가운데 유일한 정치 언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가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못 다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추도사는 5·18기념사와 비교해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현대사와 민주주의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개헌의 불가피성도 거론했고 통합을 호소한 바 이다.

검찰개혁 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 '적폐 청산' 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오롯이 추모에 집중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식 회의를 잡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추모식 외에는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는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인사말 전문>

8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이렇게 변함없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해주셔서, 무어라고 감사 말씀 드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대선 때 했던 약속,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습니다.

애틋한 추모의 마음이 많이 가실만큼 세월이 흘러도, 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이름을 부릅니다.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습니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요즘 국민들의 과분한 칭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뭔가 특별한 일을 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노력, 정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특별한 일처럼 되었습니다. 정상을 위한 노력이 특별한 일이 될 만큼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심각하게 비정상이었다는 뜻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과 복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라, 지역주의와 이념갈등, 차별의 비정상이 없는 나라가 그의 꿈이었습니다.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부터 초법적인 권력과 권위를 내려놓고, 서민들의 언어로 국민과 소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습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의 좌절 이후 우리 사회, 특히 우리의 정치는 더욱 비정상을 향해 거꾸로 흘러갔고, 국민의 희망과 갈수록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꾼 꿈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봅시다. 우리가 안보도, 경제도, 국정 전반에서 훨씬 유능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줍시다.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가겠습니다.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못 다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나가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립니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 말, "야,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십시오.

다시 한 번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꿋꿋하게 견뎌주신 권양숙 여사님과 유족들께도 위로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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