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한강T-기획] [혐오가 만연한 사회]① 미투 속 여성혐오
[한강T-기획] [혐오가 만연한 사회]① 미투 속 여성혐오
  • 박해진 기자
  • 승인 2018.04.21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견과 차별에서 비롯된 여성혐오, 증오범죄로 이어져 심각
일부 남성들 ‘펜스룰’ 지지…여성차별 심화로 미투 운동 본질 흐려

[한강타임즈 박해진 기자] 권력기관인 검찰 내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를 계기로 대한민국 전역에 ‘미투(Me Too)’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연일 터져 나오는 ‘미투 운동’의 본질 속에는 그동안 우리사회에 만연해온 잘못된 남성중심의 성문화가 자리하고 있어 여성혐오를 확대시켰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여성 혐오는 흔히 여성에 대한 일시적인 반감이나 사회 현상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 등 성차별에서 비롯된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일면서, 불평등한 성 권력관계가 원인이 되어 혐오도 모자라 결국 ‘증오 범죄’까지 낳게 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상임대표 고미경)는 지난 13일 발표한 ‘여성 살해 사건 분석’ 조사를 통해 성폭력은 남성이 여성을 규제·소유·지배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 것과 동시에 기존의 불평등한 젠더질서를 유지하려는 행동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여성 대상의 범죄가 일어났을 때 가정불화나 치정 혹은 특정 개인의 문제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남아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난 2016년 여성이라는 이유로 범죄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강남역 살인 사건은 권력 차이에서 비롯된 ‘젠더 폭력’이자 ‘여성 혐오’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 사건으로 지목된다. 오정진(부산대 법학과) 교수는 “어떤 범죄자도 아무나 범행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여자가 제일 만만해 보였기 때문에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이다. 거구의 힘센 여자가 있어도 여성 전체가 권력을 갖지 않는 한 언제나 여성은 가장 만만한 상대가 된다”며 평등하지 못한 권력 관계를 꼬집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의 저서 ‘말이 칼이 될 때’에 따르면 혐오냐 아니냐를 규정하는 핵심은 ‘권력 관계’다. 또한 혐오 표현의 출발은 편견이고, 크고 작은 편견들이 모여 혐오를 이루며 ‘증오범죄’로까지 이어진다. 평소 이성에 대한 불만을 품고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살해한 이 사건을 두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결코 작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월 27일 공개한 ‘성폭력 피해 폭로 미투 운동에 대한 국민 인식’에 의하면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성폭력 문제의 원인도 ‘권력(상하)관계’로, 응답자의 2/3이상인 71.6%가 이같이 답했다. 이는 28.4%를 차지한 ‘성차별(남녀관계)’보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수직적 권력 관계가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나타내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회에 고착화된 성차별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남성들의 움직임은 사뭇 대조적이다. 사회 깊숙이 뿌리 내린 성적 고정관념을 철폐해 나가기 위한 노력으로 일부 남성들은 ‘위드유(With You)’운동에 동참하는가 하면 또 다른 남성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펜스룰(직장의 업무나 회식 등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현상)’이 번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펜스룰을 지지하는 남성들은 조직에서 한 번 여성과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 인사·업무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이유로 여성과의 접촉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펜스룰이 오히려 여성기피현상을 일으켜 여성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비치며, 증오범죄까지 일으키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에 대한 이해도 하지 못한 채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저자인 오찬호 작가는 지난 10일 열린 ‘제23기 인권 아카데미’ 강연에서 남성에게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가 남녀 차별과 여성 혐오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강요하는 사회가 사람들을 길들여왔고, 그 속에서 남자다움을 맹목적으로 강요받았던 누군가가 여자다움에 길들여 있지 않은 사람에게 불만을 느끼고 여성 혐오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성적인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인권’과 ‘인간다움’을 강조하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을 제언했다.

사회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크게 변화해 남녀평등의식이 눈에 띄게 상승했음에도 성별 권력 불평등이 뿌리 깊은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전히 제도적, 구조적으로 평등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전근대적 성폭력, 남성중심의 성문화 퇴행을 끊임없이 비판하며 변화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