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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T-기획] [혐오가 만연한 사회]④ 교회 내 여성혐오
[한강T-기획] [혐오가 만연한 사회]④ 교회 내 여성혐오
  • 박해진 기자
  • 승인 2018.04.26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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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성폭력’ 한국교회도 심각, 목회자 특권의식 자리해
여성 차별 설교‧의식 만연…‘여성혐오’ 문화 조장

[한강타임즈 박해진 기자] 법조계서 타오른 ‘미투(MeToo)’ 운동의 불길이 문화예술계,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과 종교계까지 뜨겁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투 운동으로 고발된 성폭력은 ‘권력형 성폭행’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권력을 가진 성직자의 성범죄가 여성 차별에서 비롯된 ‘여성혐오’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 검거된 전문직(의사, 변호사, 교수, 성직자, 언론인, 예술인, 기타 전문직) 성범죄자 중 성직자가 560명으로 가장 많았다. 조중신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연구소장은 “전문직에 의해 가해지는 성범죄는 대부분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특징이 있다”면서 “더욱이 성직자는 신도와의 관계가 아주 강력한 권력관계로 이어져 있어서 종교기관 안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범죄를 일으키는 성직자들 중에선 개신교 목사가 단연 그 문제가 심각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지난 23일 ‘미투와 기독교’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하나님께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고귀한 존재로 무장한 목회자는 마치 수혜를 베푸는 것처럼 자신의 왜곡된 욕망을 정당화하고, 교인들의 판단력까지 마비시켜왔다”며 목회자가 갖고 있는 특권 의식이 성범죄로 이어지는 현상을 비난했다.

지난해 3월 한 기독교 매체에서 파악한 ‘교회 내 여성 혐오’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83.3%(294명)가 교회나 기독교 단체에서 여성 혐오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직‧간접 경험에 의한 교회 내 여성 혐오 사례는 ▲외모·복장·나이를 언급하는 문화(79.3%) ▲성 역할 고정 및 차별(67.4%) ▲여성 차별 설교(47%) ▲기타(11%) 순으로, 기독교 내에서도 남녀 차별적 구조와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인들이 답한 내용을 보면, “직분자가 처신을 이야기하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죄도 중하지만 여성들이 복장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성폭행은 그렇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이 원죄의 이유이기에 잠잠해야 하고 가르치는 직분을 맡으면 안 되며, 남자들을 가르치는 일은 더더욱 못 하게 했다”는 등 높은 윤리와 도덕성이 요구되는 위치에 있는 목사들이 여성 비하적인 사고와 발언들을 서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다수의 한국교회가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여성에게 동등한 인격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 차별 의식이 ‘여성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29일 ‘한국교회의 미래, 여성 리더십에서 길을 찾다’ 컨퍼런스에서는 교계 내 성차별의 구조적인 문제로 ‘여성 목사 안수’를 꼽기도 했다.

컨퍼런스의 내용에 의하면, 교계의 주요 교단 임원진에는 여성이 없다. 심지어 가장 교세가 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등 일부 교단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이 안수를 받고 장로와 목사가 되는 것을 아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면에 여성안수를 허용하는 교단이 늘고 있다 해도 전체 목회자 인원 대비 여성 목회자의 비율은 매우 낮으며, 여간해서 여성 목사를 청빙하지 않는다는 점도 여성 차별 의식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분석이 되고 있다.

교단 사안을 결정하는 구조나 과정에서 철저하게 여성이 소외되며 차별이 심화되는 것은 한국교회의 젠더(성) 부정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가진 한국교회는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여성혐오의 문화를 조장하고 이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이숙진 한국여성신학회장은 지난 2016년 7월 ‘한국교회, 혐오문화 치유의 센터가 되기를’이라는 글에서 한국교회 뿐 아니라 기독교인이 선입견과 편견으로 서로를 혐오하며 혐오의 사회를 만드는데 한 몫하고 있다면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쳤지만, 우리는 증오를 실천하는 꼴”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여성에게 가해지는 갖은 폭력들은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질서로 이해된 차등적 성역할 구분, 관행이 되어버린 성차별적인 조직문화, 공공연히 발화되는 성차별적인 발언이 만든 필연적 사건이다”고 강조하며, 혐오와 차별과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차별적인 제도와 구조를 바로잡아 개혁하며 잘못을 저지른 개인에 대해서는 ‘사랑’으로 품어야할 것을 당부했다.

교계의 많은 여성 사역자들은 한국교회가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한다면 남성 중심 제도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수정(남서울비전넘치는교회) 목사는 “나는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교단을 옮겨야 했다. 교회 내 남성들이 스스로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복음적이지 않다. 하나님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협력하는 걸 원하신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껏 교계에 만연해온 잘못된 성차별적인 사고에 교계의 많은 여성들이 들고 일어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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