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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T-북톡]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4차 산업혁명'은 과연 실재하는가
[한강T-북톡]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4차 산업혁명'은 과연 실재하는가
  • 이설아 기자
  • 승인 2019.10.07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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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짜리 시한부 유행어가 지배하는 과학계, 이대로 괜찮은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휴머니스트, 2017)'

* 한강T-북톡 코너는 우리 사회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도서를 선정해 기자가 이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코너는 서울시 시민 독서모임 '선진통섭리딩협회'와 함께합니다.

[한강타임즈 이설아 기자] 지난 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에서 이전 정권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민관 협의체 '창조경제 민관협의회'가 폐지됐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어 창조경제 민관협의회가 존속될 필요성이 낮다는 판단이었다.

창조경제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대한민국 국민은 드물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등 역대 정부들은 출범과 동시에 자신들의 과학기술 아젠다를 한 단어로 녹여 발표한다. 문제는 이러한 아젠다들이 몹시 추상적이기 때문에 과학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아젠다들이 모두 폐기되기 때문에 애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이에 지난 30일 산업기술계 민간단체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5년마다 정부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책 혼선을 멈추고, 지속적인 기술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산업기술혁신 2030'을 발표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 책 (사진=선진통섭리딩협회 제공)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 책 (사진=선진통섭리딩협회 제공)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휴머니스트, 2017)'은 한창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행어가 우리 사회를 휩쓸 때 출간된 책이다.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각계에서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고 있는 곳은 없다. 이러한 '4차 붐'은 어디서 일었을까? 책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슈가 크게 부흥한 계기를 '알파고 사태'로 지목하고 있다. 이세돌 바둑 선수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국을 벌이며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높아진 관심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슬로건으로 승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책은 과학계 인사들의 시각을 소개하며,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과학자들이 앞다투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소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현실을 되짚어 본다. 결국 관 주도의 과학기술 개발 정책이 이런 한국적 현상을 잉태시켰고, 이를 비판하는 담론들 또한 지난 수십 년간 답보하고 있는 상황을 야기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을 일독한 박범각(30)씨는 "과학정책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개혁 정책들이 근시안적 계획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파악 없이 단순 성장을 추구하다 보면 구조를 건들지 못하는 어설픈 계획이 탄생하게 된다며, 근래의 4차 산업혁명 관련 논란도 이런 맥락에서 태어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진정 무언가 변혁하기를 바란다면 책이 사회적 가치 및 부가가치의 원천으로 '기술 진보'가 아닌 기술로 인한 '초연결성'을 지목하였듯, 정책 입안자들이 구조적으로 링크된 요소들과 차원을 잘 살펴 본질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더욱 깊은 사유를 원한다면 △냉전의 과학(궁리, 2017)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9)를 읽어도 좋을 듯하다. 전자는 세계대전 시대에 국가의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과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후자는 근대 일본이 패전 이후 과학기술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구한 것이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세계 각국의 과학기술사를 알아보고, 우리나라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고찰해보는 것 또한 좋은 지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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