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칼럼]시민단체, 민간단체, 관변단체, 그리고 부패...
[칼럼]시민단체, 민간단체, 관변단체, 그리고 부패...
  • 고창남
  • 승인 2011.03.01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공기업의 '반부패 민관협력위원회' 구성을 보고

요즘 우리는 말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자고 나면 신조어가 생기고 유행어가 생긴다. 그러다보니, 어떤

▲ (사단법인 참여와나눔 이사 고창남)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들이 왕왕 있다. 어떨 때에는 이러한 신조어나 유행어를 모르고는 대화가 잘 되지 않기도 한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시민단체’라는 말이 있고, ‘민간단체’라는 말이 있으며, 그리고 ‘관변단체’라는 말이 있다.

이들 말은 모두 비슷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엄밀히 따져보면 각기 쓰임이 다른 말이다.

굳이 사전적 의미를 따지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쓰이는 양태를 보면, 이 말들은 쓰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그의미와 내용이 확연히 달라진다.

‘시민단체’는 말 그대로 시민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자생력을 갖고 시민운동을 벌여나가는 단체를 말한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서(?) 시민단체들도 정부로부터 보조금(지원금)을 받기도 하지만, 시대가 암울했던 시절에는 시민단체라 하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일체 받지 않았다. 만약 그 단체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관변단체’로 낙인(?)찍히기 일쑤였다. 그만큼 시민의 자주성과 자생력이 강조되었던 것이다.

이에 반하여 민간단체는 다분히 ‘관(정부)’의 입장에서 '민간인으로 구성된 단체'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어찌 보면, '시민단체'라는 말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이지만, 때로는 '관(官)'의 입장에서 '시민단체'를 일컫는 말로 잘못 쓰이기도 한다. 사실, 한 때에는 ‘민․관․군’이라는 말이 유행했고, ‘민관 협의체’ 등의 말이 많이 쓰였다. 이 말은 다분히 ‘관(정부)’의 반대되는 의미로 ‘민간단체’라는 말이 쓰였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에도 그런 경향이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시민단체’라 불러야 맞는 것이다.

한편, 관변단체는 말 그대로 관의 지원을 받아서 관(官)에 기생해야 존재의미를 갖는 단체를 말한다. 이는 다분히 시민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관 주도의 단체'를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사회는 ‘거버넌스’의 시대이다. 거버넌스는 협치를 뜻한다. 이제는 일방적으로 관료주의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시대는 갔다. 혼자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운영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것이다.

과거 정보 독점이 가능했던 시절에는 ‘나를 따르라’식의 통치가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각종 정보통신기기의 발달과 인터넷 등 소셜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으로 대통령보다 국민이 똑똑해질 수 있고 CEO보다 직원들이 똑똑한 세상이 되었다. 이제 ‘나를 따르라’고 외치면 ‘왜?’라고 반문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일방통행식으로 이끌기만 했던 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시민단체, 전문가 그룹이 함께 협력하여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거버넌스'의 시대인 것이다.

최근에 공무원 사회와 공기업에서 ‘청렴’이 강조되고 ‘부패척결’이 강조되고 있다. 사실, 작년에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2010년 부패인식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178개국 중 39위로 나타났다. 이는 아직도 OECD 국가들 중에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아직도 부패를 척결하는 길은 멀기만 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어느 K공기업에서는 국민권익위 청렴도 조사결과 꼴찌를 면치 못하자, 직원들 사이에 첨렴도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집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청렴도 향상’이었다. 관이나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제3자적 입장에서 시민운동을 수십년가 해온, 깨끗한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청렴도를 조사하고 부패방지책을 내놓도록 하자는 것이다.

참으로 좋은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공무원 생활에 익숙해온 이 공기업 사장은 우선 '시민단체'라고 하면 생리적으로 거부감부터 먼저 갖는다. 그러다 보니까, 이 공기업 사장은 이 아이디어를 조금은 수용하는 듯 하면서도 제안자의 의도와는 달리 조금은 다르게 각색하여, 일부분을 도입하기로 했는데, ‘민간단체’를 활용한 민관협력체계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말은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민관협력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보는 이를 놀랍게 하는 사실은, 그위원회 위원을 내부직원과 감리원, 원도급업체, 하도급업체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야 말로, 심하게 말하면, '모두가 한통속'이라 할 수 있다. 형식만 갖추고 '청렴'의 시늉만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발주자나 감리원, 시공업체, 하도급업체 등 모두 마음만 먹으면, '짜고 치는 고스돕'을 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이해관계자들과 업체들 간에 반부패 민관협력체계를 구성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반부패‧청렴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민간의 참여를 통한 반부패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행여나, 국민권익위가 말하는 민관 협력체계도 이와 같은 '짜고 치는 고스돕'이라면, 우리나라의 반부패 청렴도 향상은 요원한 것이다.

이렇듯, 정부와 공공기과, 공기업 등은 지금이라도 진정으로 '부패'를 척결하고 청렴도 향상을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실천하고자 한다면, 그리하여 국제사회에서 청렴한 나라로 인정을 받으려고 한다면, 제3의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가칭)'반부패위원회'를 구성․운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위원회에서 공동으로 부패행위를 조사하고 발견시에는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명실상부한 '거버넌스'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