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양당 합당수임기구 합동회의를 갖고 ‘중도통합민주당’ 을 공식 출범시킴에 따라 범여권 세력 판도가 현재 73석으로 반 토막이 난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이 양립하고 40여명의 탈당파 의원들이 중간지대에 머무는 형태로 재편됐다. 34석으로 출발하는 통합민주당의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우선 통합민주당 내부에서 대선정국을 바라보는 노선상의 미묘한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 과제다. 박상천 공동대표는 오는 9월 하순께 추석연휴 이전에 대선후보를 선출한 뒤 우리당에서 별도로 선출된 후보와 대선 전에 단일화를 거쳐 본선에 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비해 김한길 공동대표는 단일후보 선출을 언급하지 않은 채 문호를 활짝 열고 중도개혁 세력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해야 한다고 밝혀 문호개방을 강조, 박 대표와 보는 각도를 달리하고 있다.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통합민주당은 자체 내에 유력 대선후보군이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 문제다. 또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범여권 합류로 대선정국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당초 통합민주당 합류를 기대했던 우리당 추가탈당파 의원들이 관망하는 자세로 돌아서 세 불리기도 여의치 않아 향후 진로개척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당의 앞길 역시 안개 속. 통합민주당의 창당 강행으로 우리당은 대통합을 계속 주장하는 한편, 탈당파 의원들과 시민사회세력을 규합해 제3지대에 신당을 만들고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을 준비하는 절차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과 손 전 지사도 이날 회동을 갖고 대통합 원칙을 재차 확인한 뒤 7월 중순까지는 범여권 대통합 작업이 완료돼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 세력과의 결합 없는 판짜기를 대통합이라고 주장하기 어렵고, 탈당파 의원들과 시민사회세력이 이 같은 정치일정에 무리 없이 합류할 지가 확실치 않으며, 우리당을 사수하겠다는 세력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이 변수다. 이처럼 범여권 세력분화가 고착화되는 수순을 향해가고 있지만 정국상황과 지지층의 여론 변화에 따라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이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같은 가능성이 있어도 문제는 남아 있다. 현재 범여권 후보들이 너무 많아 국민경선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합류로 정 전 의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3강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당 탈당파와 시민사회 인사들로 구성된 국민경선추진협의회가 연석회의 참여를 제안한 범여권 주자만 해도 3강을 포함해 천정배, 한명숙, 김혁규, 신기남, 김두관, 김원웅 의원, 민주당 이인제 의원, 추미애, 김영환 전 의원,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무려 13명이나 된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중앙선관위에 등록을 마친 후보도 9명이 더 있다. 또한 김병준 대통령 정책특보 겸 정책기획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시사했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장관을 비롯해 우리당 장영달, 민주당 조순형 의원 등 거론되는 후보군만 20명이 줄을 서고 있다. 그러나 대통합 작업의 진행 추이에 따라 우리당 잔류파, 통합민주당 등 각 정파가 따로따로 예선을 치러야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데다 후보군 압축 방식에 대한 조율도 쉽지 않을 것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