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성북구, 홀로 사는 노인의 '여름나기'
성북구, 홀로 사는 노인의 '여름나기'
  • 편순상 기자
  • 승인 2013.08.20 0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북구 홀로 사는 노인의 2013 여름, 그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네

[한강타임즈 편순상 기자] 2013년 8월 17일 20:00를 기해 드디어 서울시가 폭염주의보 해제를 선언했다.

기록적인 폭염·폭우를 기록한 올해, 각 자치단체는 안전한 여름 나기를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고 관계자들도 숨 가쁘게 뛰었다.

성북구도 예외는 아니다. 폭염상황관리 TF팀을 구성해 상황관리를 위한 갖가지 대책을 세우고 주민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했다. 특히 홀로 사는 노인, 거동불편자 등 기후취약계층을 위한 폭염 대비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집 가까운 곳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다중이용시설 등 177개의 무더위 쉼터를 지정하고, 65세 이상 독거노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돌봄대상자의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1500여명의 돌봄도우미를 연계하고 상황별 대처 메뉴얼도 정했다.

무엇보다 이런 정책이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도록 발로 뛴 이들의 활약이 컸다. 어려운 이웃의 사정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통장, 복지혜택이 필요한 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주민센터 복지담당자 가 그들이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안암동 3가(9통)의 5년차 통장 박영남씨. 그녀는 거리에 파지가 나오면 신희숙 할머니(80)에게 달려가 일러주고, 방금자 할머니(80)의 방에서는 종종 맛이 간다는 형광등이 제대로 수리가 되었는지 확인한다. 주민센터와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반찬을 잘 드셨는지 확인하고, 보건소에서 권장한 건강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그녀의 역할이다.

‘주민센터 보기를 안방처럼’하는 박 통장. 틈나는 대로 주민센터로 달려가 파스, 케이블 TV 시청료 지원 등 어르신들의 신체 특성과 생활 특성에 비추어 꼭 필요한 것들을 지원받을 수 있는 지를 알아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당선자보다 높다. 복지담당 공무원도 박 통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지원해줄 단체나 개인을 연계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마침 성북구가 선풍기가 없는 홀로 사는 노인 가정에 선풍기를 지원했을 때에도 박 통장은 고장 난 선풍기는 수리봉사를 연결해주고 선풍기 없이 무더위를 견뎌야 했던 어르신에게, 꼭 필요한 곳에 전달 될 수 있도록 했다.

박영남씨는 “안암동은 재개발이 장기화되어 주택이 노후한 단점이 있지만 이로 인해 임대료가 저렴해 홀로 사는 노인 가구가 밀집되어 있다.”며 “이들의 건강과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세심하게 살피고 있지만 정작 어르신들은 이런 도움을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통장은 그 이유를 “어려운 시기를 살아오신 분들이라 일생동안 검소함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라고 짐작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그녀는 폭염뿐 아니라 독거노인이 4계절 내내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방금자 할머니(80)는 “혼자 사는 노인에게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가 이사인데 어렵고 귀찮은 것들을 알아서 해결해 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열 자식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폭염대책에 있어 주민센터 복지담 공무원의 활약을 언급하지 않으면 김빠진 탄산음료일 것이다. 주민과 주민센터가 합심해 일을 꾸미기로 유명한 정릉1동. 그 중심에는 복지담당 공무원 유혜란, 이향림씨가 있다.

올 여름 성북구가 홀로 사는 노인 가구에 지원한 선풍기가 200여 대. 이중 정릉1동에 지원된 것은 17대이다. 그러나 다른 동의 기본형 모델과 달리 정릉1동에서 지원한 선풍기는 큼지막한 버튼이 두 개 더 있다.

그 기능은 발로 켜고 끄는 전원버튼이다. 어르신들이 허리를 굽히지 않고도 선풍기를 켜고 끌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를 위해 유혜란씨는 정릉일대를 샅샅이 뒤져 어르신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모델을 정하고 매장 주인에게 선풍기 구입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함으로써 가격을 줄였다고 한다.

유혜란씨와 짝을 이루어 정릉1동의 사회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이향림씨. 그녀 역시 취약계층에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정릉1동 주민센터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리필텃밭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이 홀로 사는 노인을 방문하고 안부를 점검하는 것의 관리도 그녀의 일이다.

리필텃밭은 토마토, 상추, 고추 등을 심은 상자텃밭을 돌아가며 홀로 사는 노인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어르신을 방문할 때는 리필텃밭에서 키운 싱싱한 채소를 이씨가 직접 배달할 때도 있다.

최순길 할아버지(70)를 만나는 날에도 이씨의 손에는 유기농 방울토마토가 들려있었다. 최 할아버지는 자녀가 없는 노인단독가구로 제철 채소나 과일의 제공은 물론 자원봉사자의 주기적 방문으로 고독감을 없애는데 효과가 높다.

이향림씨는 세탁기가 없는 최 할아버지를 배려해 인근 빨래방을 운영하는 자원봉사자와 연계해 빨래 서비스까지 받도록 돕고 있다.

최 할아버지는 “올 여름 시원한 바람이 팍팍 부는 선풍기도 반갑지지만 일년 365일 가려운 곳을 먼저 다가와 긁어주는 복지담당 공무원들의 노고가 더 반가웠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성북구 홀로 사는 노인의 2013 여름나기는 그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