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기자수첩] 분노가 만연한 사회, 폭행이 답은 아니다
[기자수첩] 분노가 만연한 사회, 폭행이 답은 아니다
  • 오은서 기자
  • 승인 2018.05.17 1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강타임즈 오은서 기자] 최근 대한민국 사회가 분노로 물들고 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가 해괴망측한 목소리(?)로 저지른 물벼락 폭행, 택시를 잡다 시비가 붙어 10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실명위기까지 처한 피해자의 처참한 얼굴, 국회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김성태 의원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 30대 남성의 안타까운 폭행, 원희룡 무소속 제주도지사를 향해 달걀과 손으로 폭행을 휘두른 도민의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얼마 전 CCTV로 공개된 영상에서 취객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한 여성 구급대원이 사건 발생 한달여 만에 뇌출혈로 숨진 사건을 지켜보면서 이제 우리는 폭행과의 전쟁을 치러야 할 지경까지 왔다. 

이쯤 되면 우리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와 응징의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나도 이지경이 됐으니 너도 똑같이 만들어 주겠다는 ‘분노’의 소용돌이가 우리 의식 저변에 깔려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폭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성태 폭행범을 두고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먹 한 대에 영장신청이라니”, “법의 형평성에 맞게 해달라”, “김성태 폭행범에게 구속만은 면하게 해달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조현민 ‘구속 기각’에는 “누가 뭐래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라며 검찰에 대한 실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에 광주폭행과 같이 폭행 피해자가 당한 참혹한 소식이 들려올 때 마다 “피해자를 저렇게 만든 가해자도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며 SNS로 욕설을 내뱉는 누리꾼들의 메시지 수백 개, 기사 댓글 수천 건이 빗발쳤다.

댓글을 읽기만 해도 강한 응징만이 살길이고 너도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는 '피 끓는 분노'에 동참하게 된다. 그저 강력한 처벌과 죽음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처럼 보인다. 

과연 강력한 처벌과 응징이 폭력을 끊는 근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사실 폭행은 재벌가나 정치인, 조직폭력배 조직에서만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직장이나 학교, 가정에서도 폭행은 수직관계, 텃세, 왕따 등 세분화된 갑질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폭행의 가해자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복수와 응징의 결과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일상의 체험으로 알고 있다. 

복수를 위해 더 큰 폭행을 사용하는 행위는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약육강식 문화의 악순환에 지나지 않는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는 공권력에 힘을 실을 사회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공권력에 힘을 싣고 그들을 신뢰해야 한다. 공권력의 부조리는 어쩔거냐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의 치안을 위해 노력하는 '선한' 공권력에 우리는 격려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폭행에 대한 '죄의식'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실 폭행은 사람을 살리는 문화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문화다. 우리가 쉽게 폭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죄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을 때리거나 욕설을 할 때 ‘양심’이라는 최소한의 제동장치조차 희미해진 복잡 다단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그 양심이라도 찾아내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나 폭행으로 분노는 풀릴지 모르지만 상대방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범죄인가. 

스트레스가 가득한 요즘 시대에 폭행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폭행이 힘의 과시나 분노의 통로가 아니라 상대방의 생명을 짓밟을 수 있다는 올바른 ‘죄의식’을 갖고 스스로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공권력에 대한 제도적 강화와 국민적 신뢰, 내 스스로 생활 속 고착된 폭행의 악습은 없는지 성찰하는 의식과 노력만이 사회에 만연한 '폭행'이라는 죽음의 문화를 끊을 수 있다.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